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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30 23:45 수정 : 2007.05.30 23:56

서울 삼청동의 ‘빠송’(pason)

[매거진 Esc] 맛기자 박미향, 와인집을 가다 / 빠송

커다란 창이 있다. 그 창 밖에는 낮은 슬레이트 지붕과 노란 전봇대가 서 있다. 그 사이로 해가 지고 달이 뜬다. 다른 쪽 창 밖에는 잎이 무성한 소나무가 먼곳에서 불어오는 달콤한 바람소리를 전한다. 옆자리 까만 양복의 사내들은 호탕하게 웃고, 다른 곳 아리따운 처자들은 싱그러운 수다를 떤다. 아무리 둘러봐도 이곳에는 연인이 없다. 빨간 와인 같은 사랑을 나누는 이가 없다.

포도주 한 잔을 넘기고서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곳은 사랑이 끝난 사람과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려는 이들이 찾는 곳이다. 사랑 때문에 아팠던 이들은 그 상처를 꿰맬 수가 있다. 주인장의 너무 재미있는 와인 얘기, 유리창 밖에서 흔들흔들 유혹하는 나무와 사람들 소리, 그 소리가 불러오는 지난날의 ‘나’ 그리고 너무 맛있는 스페인 와인과 우유 같은 음악. 이 모든 것이 실과 바늘이 된다.

2001년 문을 연 서울 삼청동의 ‘빠송’(pason)은 명동에서 한때 유명했던 음반 사업가 심준현(35)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흐르는 음악은 그래서 너무 편하고 즐겁다. 바에 있는 자리 15석은 언제든 그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을 찾는 또다른 재미다. 와인은 나라별로 약 15가지 있고 특히 스페인 것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그런데 신대륙 것은 별로 없다. 값은 4만~28만원까지고, 4·7·8·10만원대가 골고루 있다. 와인을 잘 모르는 이도 이곳에서만은 ‘와인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심씨가 골라주는 와인을 그저 맛보면 된다.

심씨가 추천하는 와인 상식, 와인은 마치 김치처럼 때에 따라 맛있는 시기가 다르단다. 무작정 오래 됐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란다. 그가 권하는 건 스페인의 ‘페스케라 레세르바2002’다. 그가 이를 사랑하는 이유는 고풍적이면서 중후한 맛이 최고란다. 이곳은 치즈·토스트 같은 안주가 있고 다른 집에는 없는 맥주와 커피가 있다. 부서 회식을 조금은 우아하게 하고 싶다면 꼭 추천하고 싶다. 이 집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가장 큰 매력은 커다란 창이다. 잔맛이 없고 뒷맛이 쌉쌀한 스페인 와인을 마시면서 한들한들 창 너머 녹색의 유혹에 빠져 보는 것을 어떨까! ‘빠송’의 붉은 와인과 그것을 푸르게 두르고 있는 녹색의 냄새가 사랑의 전쟁터에서 돌아온 이들을 한없이 반겨준다. 전화번호 02)734-2646. 오후 6시~새벽 1시.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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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esc : 맛기자 박미향, 와인집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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