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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30 23:39 수정 : 2007.05.30 23:39

요리사의 모자는 군인의 철모다

[매거진 Esc] 요리의 친구들

옷이 사람을 규정하기도 한다. 군인들은 군복을 입고, 운동선수들은 유니폼을 입으며, 요리사들은 요리복을 입는다. 옷이 사람을 규정하므로 당사자들은 힘든 일도 많을 것이다.

한때 여자배구 선수들의 유니폼이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너무 ‘섹시’한 옷을 강요하니 선수들은 당연히 불편했을 것이다. 경기보다 눈요기를 즐기는 몇몇은 즐거웠을지 모르겠으나 (경기에 집중해주세요) 주객이 바뀐 옷차림은 낯뜨겁다.

길거리를 지나다 요리사들을 만나는 때가 있다. 주방 뒷문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는 요리사들을 만날 때가 있다. 참 안쓰럽기도 하고, 보기 민망하기도 하다.

담배 피우는 걸 두고 뭐라는 게 아니다. 어째서 요리복을 입은 채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게 내버려뒀는지, 식당의 사장이 야속할 따름이다. 주방의 구조에 조금만 신경 쓴다면 길거리서 담배 피우는 진풍경은 숨길 수 있었을 것이다. 요리사 복지 문제에다 마케팅 문제이기도 하다.

길거리서 담배 피우는 요리사들이 일하는 식당에 누가 들어갈 것인가. 거기서 누가 맛있게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것인가. 요리사들의 모자를 두고는 생각이 엇갈린다. 길쭉한 요리사 모자를 쓴 사람들을 보면 정갈해 보이긴 한다. 그러나 보는 사람으로서는 조금 불편하기도 하다.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바쁜 주방에 들어가 본 사람이라면 모자가 얼마나 거추장스런 존재인지 알 것이다. 저 모자를 쓰고 음식을 만든다고? 고개는 제대로 숙일 수 있나?

“요리사의 모자는 군인의 철모와 같은 거죠!” 어느 일식 주방장의 이야기다. 모자를 써야 긴장하게 된다는 얘기다. 또 주방의 환기구 때문에 수시로 바람이 들락거리다보니 자칫 잘못하면 머리카락이 음식에 침투할 수도 있으니 미리 막자는 의도이기도 하다. 일리가 있다. 요즘의 레스토랑에서는 모자를 쓰지 않고 단정하게 머리를 세팅하는 요리사들이 늘고 있다. 활동량이 많으니 그게 더 효율적이라는 얘기다. 그 말도 맞는 듯하다. 보는 사람도 고민되지만 요리사들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닐 듯하다.

김중혁 기자 p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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