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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30 22:54 수정 : 2007.05.31 18:05

그래도 벤츠인데? 벤츠면 다 벤츠냐? 화려함과 소박함이 공존하는 ‘마이비’의 두 얼굴

[매거진 Esc] 전문가 3인의 자동차 해부교실
화려함과 소박함이 공존하는 ‘마이비’의 두 얼굴

메스를 들고 전문가 세 명이 자동차를 해부한다. 시장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든 메르세데스 벤츠의 마이비(My B)를 첫 차로 선택했다. 마이비로 만들 것인지 유어비로 남겨 둘 것인지, 선택은 여러분의 몫.

마이비〈주요제원〉

장진택〈지큐〉피처 디렉터
마이비는 키가 크다

우리나라처럼 키 큰 차가 ‘먹히지’ 않는 나라도 없다. 찰떡처럼 쫀득한 엔진에 넓고 편안하고 아름답기까지 한 자동차를 내놔도 일단 키가 크면 번번이 외면 당했다. 이건 대한민국을 가장 잘 안다는 현대자동차도 두 번이나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키가 커서 쾌적한 경차, ‘아토스’가 그랬고, 유럽풍의 생소한 크로스오버 디자인, ‘라비타’가 또 그랬다. 키가 커서 뼈대가 허약하거나 땅바닥에 넘어지는 것도 아닌데, 단지 키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슬픈 운명이 돼야 했다. 그래서 키 큰 벤츠의 출연은 쉽지 않았다.

전면에 커다란 삼각별을 단 순도 100%의 명백한 메르세데스-벤츠지만, 측면에 사무라이의 칼날처럼 날렵한 주름이 잡힌 역동적인 몸통이지만, 2리터 엔진과 무려 7단계로 돌변하는 트랜스미션까지 품었지만, 큰 키를 가진 탓에 괜히 조심스러워야 했던 거다. 벤츠 코리아는 키 큰 벤츠를 내놓으면서 여러 가지 신비한 노력을 보탰다. 전에 없이 화려한 뮤지컬과 함께 키 큰 벤츠의 입성을 알렸고, 벤츠 식구라면 응당 달고 있어야 할 ‘B200’이라는 이름까지 버리고 재기발랄한 뮤지컬다운 이름 ‘마이비’를 선택했다. 젊고 합리적임을 내세운 이름이다. 짱짱하게 달아오르는 136마력 엔진은 7단 트랜스미션과 맞물려 당당하게 내달리고, 전복사고에 대비한 서스펜션의 당찬 느낌은 승차감과 주행감 사이에서 적절한 중용을 지키고 있다. 게다가 메르세데스-벤츠만의 앞선 설계기술로 이룬 특제 골격은 마이비의 무게중심을 시트 밑으로 낮게 깔아서 세단처럼 매끄럽고 때로는 탄산음료처럼 톡 쏘는 주행감을 선사하고 있다. 그러니 마이비의 큰 키를 전혀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마이비에서 키는 숫자에 불과하니까. 게다가 이건 가장 값싼 벤츠다.


마이비는 키가 크다

이경섭〈모터 트렌드〉편집장
골프백 8개 넣고도 남아

마이비를 바라보는 시선은 두 가지다. 하나는 “그래도 벤츠인데!”고 다른 하나는 “다 같은 벤츠냐?”다. 우리에게 벤츠는 크고 비싼 최고급 차라는 이미지다. 그런데 마이비는? 크지도 않고 비싸지도 않고 고급스러워 보이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벤츠다움’과는 사뭇 동떨어졌다. 사실 벤츠의 삼각별을 3천만원대라는 헐값(?)에 소유할 수 있다는 건 보통 행운이 아니다.

게다가 3690만원은 단지 상표값만이 아니다. 조목조목 쓸모 있는 기능이 많다. 특히 2단 조절 트렁크는 바닥을 100mm 아래로 내리면 골프백 8개를 넣고도 남을 만큼 적재공간이 넉넉하다. 충돌해도 엔진이 운전석으로 밀려들지 않고 차 아래로 떨어지는 슬라이드식 설계라는 점도 장점이다. 하지만 ‘벤츠’라는 고급 안경을 쓰고 보면 인테리어 소재나 마무리는 다소 실망스럽고 엔진 출력도 그저 무난한 정도다. 이 차의 진정한 가치는 실용성 더하기 자부심. 말하자면 유소년 축구선수 아들을 둔 엄마에게 딱 좋은 차라는 것. 친구들에게서 “우와, 벤츠다~!”라는 탄성을 듣는 아들이 저녁마다 어깨를 으스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마이비의 고민은 이 가격대의 경쟁자들이 막강하다는 데 있다. 삼각별이라는 계급장을 떼고 싸운다면 전투 결과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당신이라면 어느 쪽? 그래도 벤츠? 아니면? 으흠, 아마도 판단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골프백 8개 넣고도 남아

김우성〈BBC 톱기어〉편집장
뛰어난 핸들링, 소박한 스타일

마이비의 휠베이스는 윗급 C-클래스 세단보다 더 크다. A-클래스를 베이스로 삼았지만 네 바퀴를 최대한 모서리로 밀어내 최대의 실내공간을 확보하고자 함이다. 스타일은 상당히 낯설다. 헤드램프에서부터 옆모습, 그리고 뒷모습에 이르기까지 벤츠 고유의 분위기에서 한발짝 떨어져 있다. 도어핸들 아래를 가로지른 강력한 캐릭터 라인과 뒤로 살짝 내려앉은 루프는 맵시가 넘친다. 독특한 헤드램프와 평범한 테일램프의 ‘스타일링 엇박자’가 옥의 티.

마이비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3690만원이란 가격이다. 여기에, 벤츠라는 이름과 넓은 실내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잘 통할 무기. 반면 인테리어는 소박하다. 직선 위주의 대시보드는 심플해 보이고, 공조 시스템과 핸들의 틸팅 기능 등은 모두 수동이다. 가죽시트나 화장거울 조명 같은 소소한 장식물은 모두 빠졌다. 거품을 뺀 프리미엄 브랜드를 한국 소비자들이 편안히 받아들일까? 같은 벤츠 상표이지만, 그 안에는 호사스러운 S-클래스도 있고 수수한 마이비도 있다. 사람들이 그걸 받아들일까? 바로 마이비의 흥행 포인트다.

4기통 2.0리터 136마력 엔진은 오트토로닉이라 불리는 시브이티(CVT) 기어와 맞물려 제법 탄력 있게 차를 몰 수 있다. 시속 150km 안팎의 실용가속 구간에서는 불편함이 없다. 이에스피의 개입 타이밍이나 작동감은 상당히 세련된 편. 그 덕에 껑충한 차체인데도 핸들링이 좋다. 공식 발표에 비해 조금 떨어지는 연비가 마음에 걸린다.

편의장비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다면, 마이비는 패밀리카로 괜찮은 대안이다. 운전 포지션이 높고 실내가 넓어 온 가족이 두루 편하게 쓸 수 있다. 세컨드카 구실도 기대할 만하다.

3천만 원대 수입차가 뜨고 있지만 막상 정하려고 들면 마음을 확 끄는 차가 많지 않다. 이 시장에 등장한 벤츠 앰블럼은 분명 입맛을 돋운다. 하지만 누누이 말하건대, S-클래스와 마이비의 사이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를 받아들인다면 마이비는 아주 매력적인 존재일 테고, 그렇지 않다면 ‘Your B’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뛰어난 핸들링, 소박한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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