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당 ‘기흥별당’의 윤정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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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한식당 ‘기흥별당’의 윤정진
윤정진씨의 식당 ‘기흥별당’은 경기도 기흥에 있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잘나가던 양식 요리사에서 한식 요리사로 업종을 바꾸더니, 이번에는 잘나가던 서울의 한식당 ‘가온’을 떠나 서울과 멀리 떨어진 경기도 기흥으로 옮겨왔다. 어머니가 살고 있는 곳이 기흥이라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돈이 없어서요!” 장난치듯 말한다. 장난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정말 돈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부러 그러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그는 유쾌하다. 잘 웃고, 잘 웃긴다. 칼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도 그는 거리낌이 없다. 떨어지는 칼은 잡지마라…“배로 튕겨내죠” “칼에 대해서 선배한테 제일 먼저 배우는 게 뭔지 알아요? ‘떨어지는 칼은 잡는 게 아니다’죠. 그런데 열이면 열, 손으로 잡아요. 손 다 나가죠. 요리사 신발코가 쇠로 되어 있어요. 찍히면 안 되니까. 이젠 칼이 떨어진다 싶으면 배를 내밀어요. 배로 칼을 튕겨내는 거죠.”(웃음) 그는 자신을 무쇠프라이팬 마지막 세대라고 칭한다. 상징적이다. 가운데 끼여 있다는 뜻이다. 선배들에게 엄하게 배웠고, ‘도대체 칼을 왜 갈아야 하는 건데요?’라고 반문하는 후배들을 가르쳐야 한다. 그가 유쾌한 이유도 그 때문인지 모른다. 그는 양식과 한식 사이에 끼어있기도 하다. 양식의 칼 쓰는 법을 한식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차이는 크지 않다. 한식보다 더 많은 칼을 이용하므로 위생적이고, 앞날을 많이 쓰는 양식의 기법으로 섬세한 요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요리에 대한 그의 생각은 한식 쪽으로 기울어 있다. 한식만큼 힘든 요리가 없고, 한식만큼 손 많이 가는 게 없고, 한식만큼 잡생각 할 겨를이 없는 요리가 없다고 한다. 자리만 옮겨도 맛이 변하는 된장만 봐도 그 깊이를 가늠하기 힘든다. 그는 된장 담그는 날, 목욕재개한다.기법은 양식, 바탕은 한식…된장 담글 땐 목욕재계 “얼마 전에 전주에 있는 현대식당에 가서 까무러칠 뻔했어요. 콩나물 국밥집인데, 주인 할머니는 정말 제가 본 칼잡이 중 최고였어요. 식칼을 쓰시는데, 마늘을 칼로 썰지 않아요. 칼을 옆으로 눕히더니 칼등으로 마늘을 갉아내는 거에요. 채소도 미리 썰어놓는 법이 없어요. 국밥을 시키면 그때 물어봐요. ‘맵게 먹어? 안 맵게 먹어?’ 물어보고는 그 자리서 고추와 마늘을 썰어내요. 요즘은 다 기계 쓰잖아요. 음식 철학에서도 그분만한 사람이 없어요.”
윤정진씨는 한식을 만들면서도 양식 칼을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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