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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30 17:18 수정 : 2007.05.31 09:23

복수의 칼은 갈지 마세요

[매거진 Esc] 칼 가는 법, 칼 쥐는 법

무협영화에서 “내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려 10년 동안 칼을 갈았다”는 대사를 들으면 피싯 웃음이 난다. 10년 동안 칼을 갈았다면 아마도 칼날이 닳아서 없어졌을 터이다. 칼을 가는 데도 요령이 필요하다. 종류 따라 다듬는 방법도 다양하다. 중식당에서 주로 쓰는 칼은 굴곡이 중요하다. 칼날의 앞부분과 뒷부분은 약간 들어가야 하고 중간부분은 완만한 굴곡으로 배가 나와야 한다. 뒷부분이 많이 들어가면 채소를 썰 때 칼날에 채소가 들러붙는다. 또 칼을 쓸 때 쓸데없는 힘이 들어가게 된다. 일식칼과 양식칼 역시 칼날의 전체적인 균형이 중요하다. 칼을 갈 때는 칼 가는 도구를 도마 위에 수직으로 세운 다음, 칼날과 칼 가는 도구의 각도를 30도 정도로 유지하는 게 좋다. 그런 다음 칼을 위쪽으로 올리면서 몸쪽으로 잡아당긴다. 한번 당길 때마다 칼날 전체가 갈리도록 하는 게 좋다.

다른 칼들이 외날인 데 비해 한국의 ‘식칼’은 양날이다. 외날은 한쪽으로만 칼을 갈아야 하지만 양날은 양쪽으로 칼을 갈아줘야 한다. 다른 칼보다 정교하게 칼을 갈 필요는 없다. 어머니들이 음식을 하다 말고 오지독 주둥이에다 칼을 슥슥 비비는 것도 그 때문이다. “칼 갈아요!”를 외치는 사람(요즘도 있나 모르겠지만)에게 맡겨도 그만이다. 식칼은 용도가 많다. 다른 칼에 견줘 칼날의 굴곡이 가파른 것도 이 때문이다. 앞부분은 고기를 잡거나 뼈를 발라내는 데 주로 쓰고, 뒷부분은 채소를 써는 용도다. 재료 따라 다른 종류의 칼을 쓰는 게 일반화되어 있는 요즘 정서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다른 재료의 냄새가 묻어날 수 있다. 칼을 관리하는 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기다. 항상 마른 수건으로 깨끗하게 닦아주는 게 좋다. 식용유를 조금 발라두면 녹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집에서 칼을 관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용도별 칼을 구비해 두는 것이다. 재료별로 다른 칼을 이용하면 날에 무리를 주지 않고 오래 쓸 수 있다. 종류 따라 칼 쥐는 법도 다르다. 중식당의 칼이나 식칼처럼 칼날의 뒷부분을 주로 쓰는 것은 엄지와 검지로 칼날의 양쪽을 잡아주는 것이 좋다. 셰프나이프는 칼날 앞부분을 주로 쓰므로 검지로 칼등을 눌러 균형을 잡는 게 좋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걱. 칼을 잘 갈아두었으면 채소나 고기를 썰 것이지, 복수같은 건 하지 않는 게 좋다.

글 김중혁 기자 pen@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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