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버 스트리트 마켓 내부를 장식하고 있는 독특한 디자인의 안경 상들리에(오른쪽)와 건물 앞에 선 디자이너 최범석.(제너럴 아이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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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최범석의 시선 ③
같은 섬나라라서 그런지 일본은 영국을 꽤 좋아하는 것 같다. 특히 스타일이라는 쪽에서 그렇다. 일본에 가면 영국적인 스타일을 흉내낸 패션 디자인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런던의 본드 스트리트, 그러니까 우리나라 서울로 치면 청담동의 한골목 정도로 볼 수 있는 곳에 일본의 디자이너들의 만든 빌딩이 있다. ‘도버 스트리트 마켓’이라는 이름의 6층짜리 건물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디자이너인 콤 데 가르송의 레이 가와쿠보가 이끄는 그룹의 디자이너들이 건물에 들어가 있다. 일본의 신인 디자이너들도 있다. 그곳 지하엔 내가 좋아라 하는 브랜드인 ‘언더커버’,‘넘버나인’과 콤 데 가르송의 세컨드 브랜드인 준야 와타나베 등도 입주해 있다.
유럽디자이너를 키워내는 힘
도버 스트리트 마켓엔 영국의 신인들도 들어가 있다. 무심히 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어떻게 생각해 보면 일본 디자이너들이 패션 강국인 영국 런던에 영국 패션 문화를 대표하는 ‘켄싱턴 마켓’에 맞서는 ‘도버 스트리트 마켓’을 세워서 유럽 디자이너들을 직접 키워 내는 건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기들이 흠모하고 브랜드를 사왔던 곳에 자기들의 놀이터를 만들고 거기서 영국의 앞서가는 사람들을 놀게 한 것이다.
사실 일본은 영국의 식민지였다. 물론 문화의 식민지 말이다. 지금도 많은 부분은 아직 식민지다. 그런데 그런 영국의 중심부에 일본의 깃발을 꽂은 것이다. 많은 일본의 문화쟁이들이 전부터 유럽이나 미국 등에 깃발을 꽂으러 나갔지만 그 전사들이 쉽게 성공을 하진 못했다. 아직도 아시아 쪽 사람들, 아니 유색인종들은 인정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알기론 일본 패션 디자이너 가운데 겐조가 맨처음 1970년대에 유럽에 넘어가서 고생고생을 하다가 자리를 잡았다. 그 다음 레이 가와쿠보와 요지 야마모토가 들어가서 다시 일본패션이라는 새로운 코드를 만들었다. 그들이 이제 자기 후배들을 위해 <바자>나 <보그> 등 잘나가는 편집장에게 전화를 해서 자기 후배들의 패션쇼에 와 달라고 부탁을 하고, 직접 패션쇼장 입구에 나가 패션 기자들을 맞이하며 후배 작품을 이슈로 만들어줬다는 얘기를 들었다. 물론 그 후배는 부담스럽기도 했겠지만 기분이 좋고 그 부담 때문에 더 열심히 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또 누구라도 그 신인들보다 후배들을 지원해준 선배의 행동에 박수를 치고 더 멋있게 볼 것이다. 그렇게 선배의 따뜻한 지원을 받은 후배는 자기가 받은 것을 자신의 후배에게 돌려줄 것이다. 난 그런 일본 디자이너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쯤에서 내 이야길 조금만 하겠다. 전에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난 정규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혼자 힘으로 컬렉션을 해 왔다. 물론 혼자하는 이유는 어떤 단체나 조직에 묶이면 규제가 많고 나 스스로도 단체와는 어울리지 않는 느낌 때문에 그런 것도 있다.
우리나라의 컬렉션에는 여러가지 단체가 있다. 단체들끼리는 서로 싸우고 시기한다. 세계도 아니고 아시아도 아닌 서울컬렉션에만 여러 단체가 있다. 그 단체에 우두머리는 항상 다른 단체를 경계한다. 그냥 하나면 충분할 것 같은데 말이다. 난 그냥 혼자 하는 게 나을 거 같아서 혼자 한다. 파리 컬렉션의 경우 초대나 음악 선곡 등은 디자이너 쪽에서 많이들 한다. 그래서 난 직접 초대장을 만들고 포스터를 만들고 패션쇼장을 찾아서 정한다. 돈 문제 때문에 좁고 부족한 곳에서 하지만 혼자 하면서 많이 배우고 느낀다.
“왜 제도권 밖의 디자이너를…”
지난해 말에 어느 ‘잘나가는’ 일간지에서 2007년 유망주로 내가 채택이 됐으니 인터뷰를 해줄 수 있냐고 제안이 들어왔다.
최범석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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