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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25 18:13 수정 : 2007.05.25 18:32

야마키시팀 ‘무장전선’의 헤드인 오철우씨가 공중착지를 하고 있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대중문화 속 스타를 꿈꾸며 구르고 나르고 넘어지는 소년들

“벽턴 말이에요. 초보인데, 어떻게 하지요?” “일단 백덤블링 을 연습하세요”

“제 생각에는 봉턴부터 하시는 게 어떨까요? 계속 봉턴하다가 90도까지 되니까 벽턴 정말 쉽던데 ….”

‘야마카시 코리아’ 인터넷 게시판(cafe.daum.net/yamakasikorea)에선 연일 ‘기술 문답’이 끊이지 않는다. 문답생들의 대부분은 중고생. 이들은 어렵사리 성공한 기술동작을 녹화한 뒤, 게시판에 공개한다. 폼이 좋다느니 불안하다느니 댓글이 달린다. 국내 최대 야마카시 동호회인 야마카시 코리아의 회원 수만 4만4천여 명. 2003년 4월 카페가 생긴 지 불과 4년 만이다. 일 년에 1만 명씩 늘어난 셈.

동호회, 1년에 회원 1만명씩 늘어나

5월13일 성남시 종합운동장 앞 놀이터에 9명의 야마카시 소년들이 모였다. 야마카시 팀의 이름은 ‘무장전선’. 하지만 보통 ‘분당번개’라고 부른다고 한 소년이 말했다. 무장전선은 매주 ‘번개’ 공지를 내 신입생을 받는다. 이날 분당번개에는 두 중학생과 고등학생 한 사람이 배우러 왔다.

훈련의 맨 처음은 신입회원에게 기본동작을 가르치는 일이다. 착지와 낙법부터 가르친다. 높은 곳에서 떨어져 착지할 때는 무릎을 최대한 구부려 충격을 줄이고, 그 다음에는 몸을 굴려 자연스럽게 일어나야 한다. 무장전선의 헤드(팀 리더)인 오철우(21)씨는 “부상의 90%는 기본기가 안 돼서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본디 한두 가지 운동을 해 봤던 초보 소년들은 쉽게 따라했다. 착지와 낙법 교육이 끝난 뒤, 선배들은 화려한 기술을 시연했다. 선배들은 높이 3미터의 놀이기구에서 두 손을 펴고 날아서 착지했다.


오철우씨는 야마카시 세계에서 고수 축에 끼는 사람이다. 고등학교 때 야마카시에 입문한 그는 지난 2~3월 비보이 공연 <더 굿>에 출연하기도 했다. 비보이에 야마카시가 잠깐 섞인, 한국 최초의 야마카시 공연이었다.

1970년대 뉴욕의 뒷골목에서 퍼진 비보이가 공연예술로 진화한 것처럼, 야마카시도 같은 궤적을 그리고 있다. 사실 야마카시는 대중문화에서 발원했다. 야마카시라는 이름이 대중에게 알려지게 된 건 야마카시의 대부 데이비드 벨이 출연한 영화 <야마카시>가 개봉된 뒤였다. 그 뒤 <야마카시2>, <13구역> 등의 야마카시 영화가 잇따라 나왔고, 야마카시는 ‘프리러닝’과 ‘파쿠르라’는 말을 낳으면서 하나의 운동으로 정착됐다.

한국의 야마카시도 대중문화를 통해 전파됐다. 청소년들은 대중매체에서 나오는 ‘죽이는 동작’을 보고 매력을 느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날 찾아온 최서호(15)군도 “텔레비전을 보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이미 야마카시는 텔레비전 광고의 흔한 소재다. 데이비드 벨은 캐논 광고에서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건물 옥상과 옥상을 전속력으로 뛰어 다녔다. 영화배우 이준기가 출연한 스포츠웨어 ‘스프리스’ 광고에서도 야마카시가 나왔다. 이준기는 난간에 매달리고 벽을 치고 공중돌기를 하는 등 화려한 동작을 선보였다.

도시의 온갖 구조물들은 이들의 연습장소가 된다.

게임에도 야마카시 응용

게임에도 야마카시가 응용됐다. 와이즈온이 개발한 게임 ‘프리잭’은 게이머가 실제로 출연해 건물 옥상과 공원, 주택단지, 선착장 등을 끊임없이 내달리고 오르내린다. 겜피니티가 올해 여름 공개할 예정인 ‘프리런’도 건물 벽을 타고 넘는 박진감과 스릴을 주는 액션 게임이다.

야마카시는 머잖아 대중문화 안팎에서 인기 아이콘이 될 것 같다. 야마카시 코리아의 숙련된 회원 20여명은 계속되는 공연 요청으로 쉴 틈조차 없다. 김영민(30) 야마카시 코리아 대표는 “지난 4월 서울 모터쇼에서는 세 업체가 동시에 공연 요청을 해 왔다”며 “드라마, 공연기획사 등에서도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혹자는 비보이의 시대는 지나고 야마카시의 시대가 뜬다고 말한다. 대중문화에서 발원한 야마카시는 다시 대중문화로 끝없이 회귀하려고 든다. 대중문화와 스포츠가 결합한 시대. 지금도 소년들은 대중문화 속의 스타를 꿈꾸며 구르고 날고 넘어진다.

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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