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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25 17:36 수정 : 2007.05.25 17:48

요리사 테렌스는 최상의 감자튀김을 위해 미국 전역에서 감자를 주문했다.

[매거진 Esc] 스스무 요나구니의 비밀의 주방 ②

온세계 사람들이 다 모인
뉴욕 레스토랑 주방에서 생긴 분쟁

테렌스 브레넌이 어떤 사람인지 확실히 알 수 있는 일화가 하나 있어요. 그때 함께 일했던 레스토랑 이름이 스테이크프리(Steak Frit)였어요. 프리가 불어로 감자튀김이니까 스테이크와 감자튀김을 주로 파는 식당을 뜻하는 거죠. 그런데 테렌스가 스테이크에 쓸 고기와 감자를 고르는 걸 보고는 미쳐버리는 줄 알았어요. 제일 좋은 스테이크 고기를 고른다고 미국 사방팔방에 다 주문을 넣는 거예요. 결국 제일 좋은 고기를 오마하에서 찾아냈죠.

감자튀김 때문에 아주 미쳐요

감자튀김은 더 심했어요. 테렌스는 자신이 미국에서 최고로 훌륭한 감자튀김을 만든다고 자부하는 사람이에요. 그러다보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감자를 찾는 일이었죠. 감자를 어떻게 찾냐면, 감자가 유명하다는 곳에 다 주문을 넣어요. 그렇게 배달된 감자로 매일 감자튀김을 만들어서 테스트를 해보는 거죠. 생각해 보세요. 감자 20~30상자가 줄줄이 도착하면 그걸 모두 창고에 넣어야 되잖아요. 창고에 넣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에요. 새로 감자가 도착하면 예전에 있던 감자와 자리를 바꿔야 하는데 그걸 누가 하냐면, 제가 해야 되거든요. 아주 미쳐요. 맨해튼의 땅값이 얼마나 비싼지 알죠? 그 비싼 땅에 있는 창고에다 감자를 수십 상자씩 쌓아두니 주인은 또 얼마나 화가 나겠어요.

어느날 주인이 와서는 테렌스에게 “너 미쳤냐? 창고에다 감자나 잔뜩 쌓아두고 …. 관리를 하는 거야, 안 하는 거야?” 하고 소리를 지른 적이 있어요. 그래도 테렌스는 코방귀도 뀌지 않아요. 사장을 거들떠도 보지 않아요. 그렇게 주인하고 싸우는 주방장이 굉장히 많아요.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아는 주방장들은 다 그렇더라고요. 뉴욕에선 주방장이 왕이에요. 뉴욕은 식당 이름이 중요하지 않아요. 그리고 식당 이름도 대부분 사람 이름이에요. 누가 어디로 가서 새롭게 문을 열었다, 누구는 어디로 옮겼다, 사람들이 그런 걸 다 줄줄 꿰고 있거든요. 가장 영향력을 끼치는 매체는 <뉴욕타임스>죠. 뉴욕에는 두 가지밖에 없어요. <뉴욕타임스>와 <뉴욕매거진>. <지큐>도 좋아지긴 했지만 …. 뉴욕타임스에 식당 기사가 나가면 그 파급력이 엄청 나요. 8명 정도 드는 식당이었다면 그 다음날 손님이 40명이 돼요.

뉴욕 레스토랑 주방의 가장 큰 특징의 하나는 온세계 사람들이 다 모여 있다는 거에요. 프렌치 레스토랑은 여전히 다른 나라 사람들을 꺼리긴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어요. 요리사들끼리 하는 말 중에 ‘세상에서 제일 나쁜 건 주방에 다 모여 있다”는 게 있어요. 그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곳이에요. 온갖 사람들이 다 모이다보니 싸우기도 많이 싸워요. 그 중에서도 유럽사람들이 많다보니 축구 얘기를 엄청나게 해요. 어지간한 나라들엔 다 쟁쟁한 축구팀들이 있잖아요. 스페인 사람 있고, 프랑스 사람 있고, 영국 사람 있으니까 레알 마드리드가 어떻고 요한 크루이프가 어떻고 매일 싸우고 있어요.

웨이터와 버스보이가 다른 점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싸우는 게 휴식의 일부예요. 너무 스트레스가 많고 바쁘기 때문에 ‘릴렉스’할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한 거예요. 저녁 준비를 할 때는 라디오를 많이 트는데, 음악 갖고도 매일 싸워요.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이야깃거리가 종교문제예요. 나라마다 자신의 고유한 종교가 있으니 그걸 갖고 얼마나 시비를 걸겠어요. 저한테도 종교를 물어봐요. 전 종교가 없어요. “난 아무도 안 믿는다”고 얘기하면, 절더러 “넌 인간도 아니다”라고 해요. 어떤 식당에 갔을 때는 이집트·이스라엘·유고슬라비아 출신 웨이터 셋이 함께 일했는데 종교문제로 매일 싸워요. 그리곤 한 명씩 저에게 와서 다른 사람을 욕하는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정말 미쳐요.


스스무 요나구니
웨이터 얘기를 하다보니 기억나는 사람이 한 명 있군요. 미스터 리라고 불리던 중국인 웨이터였어요. 아, 정확히 말하면 웨이터는 아니고 ‘버스보이’죠. 버스보이는 메뉴판 갖다주고, 물잔 채워주고, 손님 나가면 테이블 청소하는 일을 해요. 웨이터는 메뉴를 설명하고, 음식을 갖다주는 일을 하죠. 웨이터는 팁을 받지만 버스보이는 팁을 못받아요. 웨이터가 받은 팁 중에서 일부를 떼어 버스보이에게 주는 거죠. 버스보이로 경력을 쌓으면 웨이터가 될 수 있는 거예요.

미스터 리라는 친구는 오랫동안 일을 했는데도 웨이터가 되질 못했어요.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죠. 자기보다 늦게 들어온 친구들도 다 웨이터가 됐는데 혼자서만 계속 버스보이니까. 그 친구는 중국인이라서 차별받는다고 생각했지만 다 이유가 있어요. 입이 거칠고, 불평불만이 많았으니까 …. 미스터 리보다 늦게 들어온 존 클로드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이 사람도 웨이터가 됐어요. 갈등이 시작됐죠. 존 클로드가 미스터 리에게 일을 시키면 도통 하질 않는 거에요. 버스보이의 하극상이죠. “테이블 치워라!” 명령을 하면 “네가 해라!”고 대드는 거에요. 그러다 결국 칼부림이 났어요. 참다못한 존 클로드가 칼을 집어들고 미스터 리에게 덤벼든 거죠.

정리 김중혁 기자 p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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