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 테렌스는 최상의 감자튀김을 위해 미국 전역에서 감자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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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스스무 요나구니의 비밀의 주방 ②
온세계 사람들이 다 모인뉴욕 레스토랑 주방에서 생긴 분쟁 테렌스 브레넌이 어떤 사람인지 확실히 알 수 있는 일화가 하나 있어요. 그때 함께 일했던 레스토랑 이름이 스테이크프리(Steak Frit)였어요. 프리가 불어로 감자튀김이니까 스테이크와 감자튀김을 주로 파는 식당을 뜻하는 거죠. 그런데 테렌스가 스테이크에 쓸 고기와 감자를 고르는 걸 보고는 미쳐버리는 줄 알았어요. 제일 좋은 스테이크 고기를 고른다고 미국 사방팔방에 다 주문을 넣는 거예요. 결국 제일 좋은 고기를 오마하에서 찾아냈죠. 감자튀김 때문에 아주 미쳐요 감자튀김은 더 심했어요. 테렌스는 자신이 미국에서 최고로 훌륭한 감자튀김을 만든다고 자부하는 사람이에요. 그러다보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감자를 찾는 일이었죠. 감자를 어떻게 찾냐면, 감자가 유명하다는 곳에 다 주문을 넣어요. 그렇게 배달된 감자로 매일 감자튀김을 만들어서 테스트를 해보는 거죠. 생각해 보세요. 감자 20~30상자가 줄줄이 도착하면 그걸 모두 창고에 넣어야 되잖아요. 창고에 넣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에요. 새로 감자가 도착하면 예전에 있던 감자와 자리를 바꿔야 하는데 그걸 누가 하냐면, 제가 해야 되거든요. 아주 미쳐요. 맨해튼의 땅값이 얼마나 비싼지 알죠? 그 비싼 땅에 있는 창고에다 감자를 수십 상자씩 쌓아두니 주인은 또 얼마나 화가 나겠어요. 어느날 주인이 와서는 테렌스에게 “너 미쳤냐? 창고에다 감자나 잔뜩 쌓아두고 …. 관리를 하는 거야, 안 하는 거야?” 하고 소리를 지른 적이 있어요. 그래도 테렌스는 코방귀도 뀌지 않아요. 사장을 거들떠도 보지 않아요. 그렇게 주인하고 싸우는 주방장이 굉장히 많아요.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아는 주방장들은 다 그렇더라고요. 뉴욕에선 주방장이 왕이에요. 뉴욕은 식당 이름이 중요하지 않아요. 그리고 식당 이름도 대부분 사람 이름이에요. 누가 어디로 가서 새롭게 문을 열었다, 누구는 어디로 옮겼다, 사람들이 그런 걸 다 줄줄 꿰고 있거든요. 가장 영향력을 끼치는 매체는 <뉴욕타임스>죠. 뉴욕에는 두 가지밖에 없어요. <뉴욕타임스>와 <뉴욕매거진>. <지큐>도 좋아지긴 했지만 …. 뉴욕타임스에 식당 기사가 나가면 그 파급력이 엄청 나요. 8명 정도 드는 식당이었다면 그 다음날 손님이 40명이 돼요. 뉴욕 레스토랑 주방의 가장 큰 특징의 하나는 온세계 사람들이 다 모여 있다는 거에요. 프렌치 레스토랑은 여전히 다른 나라 사람들을 꺼리긴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어요. 요리사들끼리 하는 말 중에 ‘세상에서 제일 나쁜 건 주방에 다 모여 있다”는 게 있어요. 그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곳이에요. 온갖 사람들이 다 모이다보니 싸우기도 많이 싸워요. 그 중에서도 유럽사람들이 많다보니 축구 얘기를 엄청나게 해요. 어지간한 나라들엔 다 쟁쟁한 축구팀들이 있잖아요. 스페인 사람 있고, 프랑스 사람 있고, 영국 사람 있으니까 레알 마드리드가 어떻고 요한 크루이프가 어떻고 매일 싸우고 있어요. 웨이터와 버스보이가 다른 점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싸우는 게 휴식의 일부예요. 너무 스트레스가 많고 바쁘기 때문에 ‘릴렉스’할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한 거예요. 저녁 준비를 할 때는 라디오를 많이 트는데, 음악 갖고도 매일 싸워요.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이야깃거리가 종교문제예요. 나라마다 자신의 고유한 종교가 있으니 그걸 갖고 얼마나 시비를 걸겠어요. 저한테도 종교를 물어봐요. 전 종교가 없어요. “난 아무도 안 믿는다”고 얘기하면, 절더러 “넌 인간도 아니다”라고 해요. 어떤 식당에 갔을 때는 이집트·이스라엘·유고슬라비아 출신 웨이터 셋이 함께 일했는데 종교문제로 매일 싸워요. 그리곤 한 명씩 저에게 와서 다른 사람을 욕하는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정말 미쳐요.
스스무 요나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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