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왜 젖꼭지가 있을까> 빌리 골드버그, 마크 레이너 지음, 랜덤하우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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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남자는 왜 젖꼭지가 있을까> 빌리 골드버그, 마크 레이너 지음, 랜덤하우스 펴냄 당신은 어디서 책을 읽는가? 출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휴가길 기차나 비행기 안에서? 흠, 화장실은 어떤가? 자고 먹었으면 또한 싸기도 해야 하는 인간의 몸은 화장실에서 매일 일정시간을 보내게 만든다. 당신이 화장실에서 바로 볼일을 보는 행운을 지니지 못했다면, 책 한 권, 신문 한 부는 화장실의 더없는 벗이겠다. 중요한 건, 장소마다 어울리는 책이 있다는 사실이다. 꽃분홍 립글로스를 바르고 스커트를 입은 직장여성이라면 아무리 강추, 강추, 강추라는 말을 들어도 사람이 바글대는 지하철 안에서 에스엠(사도-매조키즘)이 작렬하는 표지의 <문신 살인사건>(다카기 아키미쓰)을 꺼내들기는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또한 화장실에 들어가면서 김훈의 <남한산성>을 휴대했다면, 변비가 악화될런지도. <남자는 왜 젖꼭지가 있을까?>는 책의 장소적 효용으로 따지면 화장실에 알맞는 책이다. 술집에서 밤을 새면 왜 눈앞이 빙빙 돌까? 변기에 너무 오래 앉아 있으면 치질에 걸릴까? 나이가 늘면 잠이 줄어든다는 속설은 진짜일까? 습하거나 추운 날씨가 감기의 원인일까? 이 책은 이런 시시콜콜한 질문에 대답을 해 준다. 심심할 때 꺼내서 궁금한 질문의 답을 보는게 채 1분도 안 걸릴 정도로 질문은 많고 해답은 짧다. 이 책은 회사에서 사람들과 이른바 ‘<스펀지> 지식개그’를 나눌 수 있을 정도의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화장실의 벗이 되기에 좋은 책이라고 해서 별 볼 일없다고 생각하지 말 것. 그렇게나 예민한 순간에 낄낄거리면서 자연스럽게 힘을 줄 수 있게 도와주는 벗, 한발 더 나아가 나중에 썰렁해진 술자리에서 농담 한 마디 던질 수 있는 꺼리가 되어주는 책은 세상에 흔한 게 아니다. “우리는 이 책에서 품격이 어쩌고저쩌고 할 생각이 전혀 없으며, 정말이지 이 책이 변기 옆에 비치되기를 바란다. 그런고로 우리는 그 옥좌에 너무 오래 앉아 있다가는 치질에 걸릴 수 있다고 경고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무척 안타깝다.” 부디 한번에 다섯 꼭지 이상은 읽지 않아도 되는 건강한 배변생활을 영위하기를. 이다혜 / 좌충우돌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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