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5.17 18:47 수정 : 2007.05.18 10:51

[매거진 Esc] 문득 생각난…

봄이 없어진 것 같다. 초록과 노란 햇살과 그늘을 피우는 아지랑이는 사라졌고, 희뿌연 대기 속에 산과 숲, 건물 모두 원색을 잃어버린 것 같다.

아침에 집 앞에 나가면, 자동차에는 누런 먼지가 끼어 있다. 네이멍구의 고원과 대륙의 황하와 누런 서해 위로 날아온 장거리 여행자들. 어릴 적 이불 안에서 머리를 빼꼼이 내놓고 본 사막 풍경이 떠올랐다. 일본 NHK의 다큐멘터리 <실크로드>. 늙은 웨이우얼(위구르)인의 구슬픈 노래가 들렸다.

‘카라부란이여, 아 공포의 검은 폭풍이여/나의 고향을 빼앗고 나의 고향을 파묻고/내 사랑하는 처자식을 뿔뿔이 흩어지게 했던/아 카라부란이여, 너의 검은 마수에 온 누리가 사막이 됐구나/아름다운 내 고향이여 언제 다시 볼 수 있으랴’(웨이우얼 구전 ‘카라부란의 노래’)

카라부란은 타클라마칸 사막에 부는 모래 폭풍이다. 실크로드 문명은 카라부란에 묻혔다. 사막의 도시와 부요의 보물들은 시간을 뚫고 통조림처럼 진공포장됐다. 지독한 황사에, 서울도 사라지는 건 아닐까. 정말로 봄이 보고 싶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