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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17 17:39 수정 : 2007.05.18 11:05

[매거진 Esc] 이주의 와인 / 소설가 은희경의 로버트 몬다비

미국에 살 때 와인 맛을 알게 되었다. 그때 와인 구입의 원칙이 있었다. ‘슈퍼마켓’ 가격이 12달러를 넘으면 안 된다는 것. 하지만 남의 집에 초대받아 갈 때는 적어도 20달러짜리를 사들고 갔다. 그러니 파티가 즐거울 수밖에. 어쨌든 미국 서부 지역에서 살면서 캘리포니아 와인을 많이 마셨다. 20달러 이하의 로버트 몬다비 와인을 자주 마셨다. 특히 라벨이 가로로 비스듬히 찢어진 모양도 마음에 들었다. 10달러대는 기계로 찢은 것이지만 상급으로 가면 손으로 찢은 라벨! 멋졌다.

캘리포니아 와인은 단맛이 많은 것 같다. 단맛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언제나 드라이하고 타닌 성분이 느껴지는 카베르네 소비뇽을 택했다. 그러면서도 와인의 값은 20달러가 ‘한계가격’인 것 같다는 경험칙이 내게는 있다. 제아무리 몬다비라도 10달러 이하는 달고 시고 쓰고 떫다. 그런데 15달러쯤 되면 달면서 쓰면서 떫으면서 부드럽다. 취하는 느낌이 다르다. 그 뻑뻑한 감칠맛을 나는 사랑한다.

한국에 돌아와 미국와인을 마실 때마다 억울한 느낌이 드는 건 하는 수 없다. 너무 비싸다. 요즘은 미국 수퍼마켓에서 6달러면 샀던 ‘우드 브릿지’나 ‘컬럼비아 크러스트’를 2만원 정도 주고 마신다. 손님이라도 오는 날에는 칠레산 ‘몬테스 알파’를 마신다. 많은 사람이 선택하는 것은 많은 사람을 고루 만족시킬 만한 요소가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도 ‘로버트 몬다비’가 그립다.

로버트 몬다비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 14.50% / 소비자가격 73,000원 / 문의 신동와인 (02) 794-4729

정리 김중혁 기자 p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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