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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04 22:08 수정 : 2005.01.04 22:08

뒷거울론 확인 힘들어‥자동감지시스템도 구멍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에 이어 이번 지하철 7호선 화재에서도 1인 승무제가 사태를 악화시킨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서울지하철에서 1~4호선은 기관사·차장의 2인 승무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5~8호선은 기관사 1인 승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에 화재가 난 전동차의 기관사는 7번째 객차에서 불이 난 사실을 모르고 승객들을 태운 채 철산역에서 광명사거리역까지 2분 동안 달렸다. 지하철이 달리는 도중 불은 객차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박찬일 도시철도공사 노조 교선국장은 “이번에 불이 난 곳은 맨 뒤에서 2번째 객차”라며 “2인 승무제를 하고 있었다면, 맨 뒤 객차에 있던 차장이 화재사실을 바로 확인하고 보고나 진화에 나설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동차의 맨 앞에 타고 있는 기관사가 전동차 안 화재를 확인할 수 있는 도구는 승강장을 볼 수 있는 후사경(뒷거울)과 각 객차 승객들의 신고를 받을 수 있는 인터폰 뿐이다. 그러나 이번에 기관사는 철산역에서 뒷거울을 통해 역 안에 연기를 확인했으나, 전동차에 화재가 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으며, 객차의 인터폰 연락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도시철도공사가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뒤 펴낸 <종합안전방재 표준처리절차>를 보면, 불이 났을 때 기관사는 현장에 달려가 사태를 파악하고, 다시 기관실로 돌아와 사령실에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화재가 난 경우 기관사 1명이 사실을 확인하고 보고하고 대처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이번처럼 전동차 뒤쪽에서 불이 난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런 문제로 인해 지하철 노조는 1인 승무제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해왔으며, 도시철도공사 노조는 지난해 2인 승무제 도입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현재 1인 승무제는 이번에 화재가 난 서울 도시철도공사의 지하철 5~8호선, 국철 분당선, 인천·부산·대구·광주 지하철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5~8호선은 전동차가 자동운전시스템으로 운행되기 때문에 기관사 1명만으로도 충분히 운행할 수 있다”며 “2인 승무제로 전환하려면 1천여명의 신규 채용과 연 500억원대의 추가 비용이 든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긴급·비상 상황에서 1인 승무제를 보완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자동화재감지장치조차 70%가 넘는 구형 전동차에는 설치되지 않았으며, 승강장에서 역무실로 비상사태를 알릴 수 있는 인터폰도 광화문 등 일부 환승역에만 설치되고 있다. 철산역과 광명사거리역은 하루 유동인구가 각 4만4626명과 4만7661명임에도 불구하고 상주 역무원은 3~4명에 불과하며, 그나마 승강장에는 출퇴근 시간에만 나와 있는 정도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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