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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04 21:59 수정 : 2005.01.04 21:59


‘불’의 질주 반대선로 전동차 셋 마주달려

서울 지하철 7호선 방화사건은 화재 초기 철산역 역무실이 이번 화재를 역 구내에서 일어난 사고로 착각해 종합사령실에 잘못 보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종합사령실이 ‘불붙은 전동차’의 기관사에게 출발을 지시함으로써 자칫하면 이번 사고가 대구지하철 참사에 이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불붙은 전동차’가 철산역에서 출발한 뒤 온수역에 도착한 11분 동안 3대의 전동차가 온수역을 출발해 반대쪽 철로를 달렸던 것으로 드러나 대구 참사의 악몽을 되살리고 있다.

◇ 불붙은 전동차, 승객들만 알았다=경찰조사 결과, 서울시 도시철도공사 소속 지하철 7호선 7017호 전동차(기관사 금창성·37)는 지난 3일 오전 7시13분 이미 7번째 객차에 불이 붙은 채 철산역에 도착했다. 그러나 철산역 상황실은 이 화재를 역 구내 화재로 잘못 알고 7시14분 종합사령실로 “지하철 화재 발생” “열차 출발시켜야 한다”고 긴급히 보고했다.

철산역은 또 전동차 객차에서 뿜어나온 연기 때문에 울린 구내 화재경보를 ‘역 구내 화재’로만 보고 화재 전동차 기관사에게는 “화재 발생”이라는 통보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이때 사령실 쪽은 역 구내에 불이 난 것으로 파악하고 전동차 기관사에게 “출발 가능합니까?”라고 물은 뒤 “출발하세요”라고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전동차가 철산역을 출발할 때까지 전동차에 불이 붙은 사실은 7번째 객차 전후의 승객들만 알고 있었고, 전동차 기관사와 철산역 상황실, 종합사령실에서는 까맣게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 4일 오후 경기도 광명경찰서 소회의실에서 정진관 형사과장(가운데)이 지하철7호선 방화 사건 용의자 긴급체포와 관련해 브리핑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나오고 있다. 광명/이종근 기자


“철산행 운행중단”뒤늦은 지시 반응없어
역무실 역내화재 오인‥사령실도 “출발”

◇ 사령실 통제 무시, 반대편 정상 운행=도시철도공사 종합사령실은 초기 상황파악을 정확히 하지 못했지만 2분뒤인 이날 오전 7시15분28초에 모든 전동차에 “실제상황, 철산역 화재” “철산역으로의 전동차 운행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런 긴급 지시에도 불구하고 온수역에서 철산역으로 향하는 전동차의 운행은 계속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 취재 결과, 지하철 7호선 하행 종점인 온수역에서는 7시15분33초에 7050호 전동차가 철산역쪽으로 출발한 것을 비롯해, 7시19분23초 7052호, 7시26분42초 7054호 등 모두 3대의 전동차가 ‘불붙은 7017호 전동차’와 서로 마주보며 철산역 쪽으로 ‘정상운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지하철 참사의 대부분 희생자가 불이 난 전동차보다 반대편에서 와서 중앙로역에 함께 정차한 전동차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볼 때 이번 사고는 ‘운이 좋게’ 대형 참사를 피했던 것일 뿐 대응 체계는 여전히 구멍이 뚫려 있음을 드러내주고 있다. 광명/김기성, 유선희 기자 rpqkf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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