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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6.29 20:11 수정 : 2018.06.29 22:30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지난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시흥동 집 인근 공원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하창우 전 변협 회장 상고법원 반대하자
‘탈세’ 포착 위해 수임내역 국세청 제공 검토
‘수임내역 조사해 특정 언론사 알리자’ 계획도
실제 취임 전 수임사건 처리 관련 기사 나와
‘정치꾼’ ‘돈키호테’ 비방성 발언 유포 방안도
특조단, 조사하고도 “사법행정권 남용 아니다” 비공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지난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시흥동 집 인근 공원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 법원’ 도입에 반대한 하창우 전 대한변협회장의 수임 내역을 파악해 국세청에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원 자체 조사단은 이런 내용이 담긴 문건을 확인했지만 조사보고서에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29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2015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은 양승태 대법원장이 사활을 걸던 상고 법원에 대해 “위헌”이라며 공개반대하던 대한변협 및 하창우 당시 회장 관련 문건을 여러 차례 만들었다. ‘대한변협 대응방안 검토’, ‘대한변협 회장 관련 대응 방안’ 등의 문건에는 대법원 내부전산망을 통해 하 전 회장의 변협회장 취임 전 수임내역을 조사해 특정 언론사에 제공하는 방안, 하 전 회장의 탈세 정황을 포착하기 위해 수임자료를 국세청에 제공하는 방안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문건 작성 직후, 취임 전 수임사건 처리 문제를 비판하는 보도가 해당 언론에 나오기도 했다. 또 국세청 관련 문건이 작성된 이듬해 하 전 회장은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았다.

법원행정처는 또 하 전 회장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나 성격 등을 ‘비방’해 평판을 떨어뜨리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꾼’, ‘돈키호테’ 등 부정적 평가를 변호사 업계에 퍼뜨려 하 전 회장의 장악력을 약화시킨다는 취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문건에는 “개인에 대한 공격이 목표”라는 문구까지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지방변호사회와 ‘직접 소통’해 변협을 소외시키는 방안도 검토했다고 한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 조사결과와 추가 공개된 문건을 보면, 당시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국회와 청와대를 상대로 전방위적 로비를 벌이던 시기였다. 이즈음 하 전 회장은 “위헌적 제도인 상고 법원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형적, 변칙적 형태”라는 성명서를 내는가 하면, 상고 법원 법관 인사를 대법원장이 독자적으로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폈다. 법조 삼륜의 한 축으로 상고 법원 입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있는 변호사단체 회장의 이런 주장을 양승태 사법부로서는 무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5년 8월6일 양승태 대법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따로 만난 상고 법원 도입을 적극 설득했는데, 이 시기를 전후로 대한변협에 대한 법원행정처의 대응은 매우 공격적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대한변협 회장 관련 대응 방안’ 문건은 청와대 회동 일주일 뒤인 8월13일에 만들어졌다.

이런 문건들은 대법원 자체조사단이 조사한 410개 문건에 포함됐지만, 조사보고서에는 언급되지 않았다. 문건 비공개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아지자 행정처가 지난 5일 공개한 98건의 문건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사법행정권 남용의혹이 있는 부분은 빠짐없이 직·간접적으로 보고서에 인용했다. 재판 독립이나 법관 독립의 침해·훼손에 관한 사법행정권 남용의혹과는 거리가 있는 문서들”은 공개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민간인’인 하 전 회장에 대한 전방위적 뒷조사에 나선 정황을 담은 문건에 대해 법관 독립 등과 관계되는 사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법행정권 남용과 거리가 멀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이 조사한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 등 하드디스크 중 키워드 검색으로 걸러지지 않은 부분에 이같은 내용의 문건이 추가로 포함됐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양승태 행정처가 변협 압박방안을 강구한 문건을 만든 사실은 대법원 자체조사 결과 확인된 바 있다. 2015년 8월6일 청와대 오찬회동을 아흐레 앞두고 만들어진 문건은 변협의 상고법원 반대 이유에 대해 ‘자기 밥그릇 챙기기’라고 정리하고 있다. 또 특조단이 조사한 문건 중에는 변협을 압박하기 위해 국선변호인 공탁금을 줄이고, 변협신문에 게재하는 대법원 정책광고를 끊는 취지의 계획도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같은 문건 역시 특조단 보고서나 공개문건을 통해 알려지지 않았다.

사법 농단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자용)는 29일 하 전 회장을 불러 당시 대법원의 압박이 실제로 있었는지 등을 조사했다. 하 전 회장은 검찰 조사 뒤 기자들을 만나 “당시 압박 방안의 강도가 아주 셌다”고 말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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