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천안시청 구내에서 부인 오진순씨(뒤)와 함께 구두를 닦던 명덕식씨가 이웃을 돕기 위해 점포 바닥에 모아온 동전들을 보여주기 위해 장판을 들추고 있다. 천안/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
◇ 구두 미화원의 선행=충남 천안시청 청사 안에서 20년째 구두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 명덕식(54)씨는 최근 17만원어치의 동전을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을 도와달라”면서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충남지회의 순회 모금캠페인에 기부했다. 명씨는 2002년부터 천안 지역의 아동시설 등을 방문해 자원봉사활동과 300만원 상당의 성금 기탁을 하는 등 꾸준하게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는데, 동전을 모으는 사연이 좀 색다르다. 격주로 주5일 근무를 하는 날이면 오토바이에 구두수선 도구를 싣고 천안시 외곽으로 나가 일해 번 돈을 동전으로 바꿔 모아두었다가 이웃돕기 성금으로 내고 있다. 재활용품 모아팔아 기초생보자가 기부
◇ 120만원의 감동=대전 동구 판암2동 동사무소에는 최근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인 김아무개(56)씨가 찾아와 120만원의 ‘거액’과 편지를 전한 뒤 동사무소 직원이 건넨 커피도 마시지 않고 도망치듯 사라졌다. 편지에는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소년소녀가장에게 조금 도움이 되고자 모았습니다. 잘 써주시길…”이라는 짤막한 글이 적혀 있을 뿐이었다. 김씨의 일터인 동구자활후견기관 김원세 자활사업팀장은 “김씨는 1년 전부터 의류재활용품 수거활동으로 자활·자립을 하고 있다”며 “김씨가 기탁한 120만원은 거의 일년치 생활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기초생활보장 대상자 중에서도 자활특례자로서 최저생계비를 받는 대신 의류 재활용이라는 자활근로를 통해 현재 월 60만~70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그는 이처럼 적은 소득에도 자신을 위해 쓰는 비용은 임대아파트 관리비를 포함해 월 10여만원에 불과하다.
김 팀장은 “김씨는 수입의 대부분을 아무도 모르게 여러 곳의 불우이웃을 돕는 데 쓰고 있다”며 “본인은 끝까지 이름이 알려지기를 원치 않았으나 김씨를 아는 동사무소 직원이 있어 이번에 선행이 알려지게 됐다”고 말했다. 판암2동 사회복지 담당 오인숙씨는 “김씨는 불우한 가정에서 자라나 어려서부터 돈벌이에 나섰으며 일용직으로 떠돌다 외환위기 때 노숙자로 전락했다”며 “그러나 평소 ‘일다운 일을 해 떳떳한 대가를 받고 싶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전했다. 사회복지 공동모금회는 김씨를 행복지킴이 33호로 선정하고 김씨의 기부금을 소년소녀가정 입학생 등의 교복비로 지원하기로 했다. 임대아파트 주민 십시일반 장학금
◇ 십시일반 나선 임대아파트 주민들=‘임대아파트 주거복지 시민운동 연합회’ 윤범진(47) 회장은 7일 서울 노원구 상계2동 연합회 컨테이너박스 사무실에서 시무식을 열고 가정환경이 어려운 중·고교생 6명에게 20만원씩 12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이번 장학금은 10년 전부터 빈곤층의 보금자리인 임대아파트 주거민들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시민운동을 펴온 윤 회장이 지난해 국회 등에서 열린 빈곤층 주거문제 관련 세미나와 토론회 참가비조로 받은 70만원에다 임대아파트 주민 20여명이 3만~5만원씩 십시일반으로 모아 마련했다. 윤 회장은 “우리도 어렵지만 세상을 정말 아름답게 만들자는 뜻에 연합회 회원들이 동참했다”고 말했다. 한편,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상동4리 비봉경로당의 노인 70여명도 지난 한해 동안 폐신문과 폐지를 모아 판 100만원을 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았다. 평균연령 77살의 노인들이 14㎏짜리 폐지뭉치 1400여개를 판 돈이다. 안영진 기자 youngjin@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