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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01 22:02 수정 : 2005.01.01 22:02

"사랑하는 가족들 목숨을 희생시켜 8년 간 삶은 연장하였건만 죄만 더 무거워졌을 뿐…."

`북한민주화동맹' 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8년 간 남한 생활의 소회를 밝힌 `마지막 기회의 날'이라는 제목의 자작시가 1일 `자유북한방송( www.freenk.net )' 홈페이지에 실렸다.

이 시는 지난해 31일 황씨가 서울 시내 모처에서 일부 지인만 초청한 송년 모임에서 새해의 각오를 담은 건배를 제의하면서 직접 낭독한 것이다.

황씨는 1997년 남한행을 결심하면서 남은 생의 마지막 목표로 삼았던 북한의 민주화가 아직까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짙은 아쉬움과 자책감을 시에 담았다.

"날은 저물고 건너야할 강은 아득하건만 배도 사람도 보이지 않네"라는 구절로 시작된 자작시는 "들려오는 건 쓸쓸한 망령들의 울부짖음뿐 무엇을 원망할까. 우리는 다 같이 길 잃은 망령의 신세가 제격인데 불리한 때에 태어난 것이 아니라 사람이 채 되지 못한 채 태어났기 때문"이라는 구절로 이어졌다.

황씨는 자신의 남한행으로 무수한 고초를 겪어야 했을 북한의 가족들을 떠올리면서 2005년 한 해를 반드시 북한 민주화를 위한 전기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사랑하는 가족들 목숨의 희생으로 8년 간 삶은 연장하였건만 죄만 더 무거워졌을 뿐 책임은 바로 나 자신에게 있다.

원망의 대상도 나 자신의 복수의 대상도 나자신, 스스로 양심의 심판을 내릴 수 있는 권한도 내게밖에 없다.


황씨는 "마땅히 심판 받아야 할 날도 훨씬 지나쳤는데 미련의 집요한 영혼은 한해만 더 마지막 기회를 달라네. 2004년의 마지막 날인 오늘이 심판 연장의 마지막 날임을 명심하라"는 절박한 심경을 담아 시를 끝맺었다.

이날 송년 모임에 참석한 황씨의 한 측근은 "황 전 비서가 해놓은 일 없이 8년의 세월을 흘려 보냈다면서 새해에는 죽을 각오로 북한 민주화를 위한 투쟁을 벌여나가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담아 건배를 제의하고 시를 낭독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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