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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말헥산 중독에 따른 ‘다발성 신경장애’ 판정을 받은 뒤 2년이 넘도록 고통받고 있는 중국 여성노동자 쉬안슈인(맨 오른쪽)과 양차오쥐가 14일 안산 자택에서 이들을 도와준 명예산업안전감독관 박태순씨와 이야기하고 있다. 안산/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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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 망치로 때리는 듯, 1명은 병명 모른 채 출국
감독관 도움으로 재입국해 치료받아 “때로는 손가락이 빠지는 것 같기도 하고, 발등과 발바닥은 망치로 때리는 것처럼 아파서 눈물로 밤을 지새우기도 합니다.” 노말헥산에 중독돼 지금까지 고통받는 중국 여성노동자 쉬안슈인(51)과 양차오쥐(40)는 14일 “거의 매일 안산 고려대병원을 찾아 각종 검사와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며 “2년 동안 치료받아 왔으나 잘 낫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양차오쥐 등은 2001년 9월부터 경기 안산시 시화공단의 초박막 액정 및 반도체 부품 생산업체 ㅅ사에서 일했다. 이들 역시 밀폐된 공간에서 엘시디 부품을 노말헥산으로 닦아내는 작업을 했다. 쉬안은 “3~4개월 만에 손끝과 발끝에 힘이 빠지고 팔다리가 마비되는 증상이 나타났다”며 “양차오쥐와 함께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다니며 진료를 받고 치료하려 했으나 병명조차 정확히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함께 일하던 린야뉘(48·여)가 안산지역에서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을 맡고 있는 박태순(47)씨를 만났다. 박씨는 5개월 동안 이들의 증상과 작업장 환경을 추적한 끝에 2002년 6월 안산 고대병원에서 이들의 병명이 노말헥산 중독에 의한 ‘다발성 신경장애’라는 판정을 받아냈다. 그러나 이 판정을 받기 한 달 전에 쉬안은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을 병들게 한 한국을 원망하며 중국 톈진으로 휠체어를 탄 채 돌아갔다. 이런 사정을 노동부에 호소한 박씨의 도움으로 쉬안은 산업재해를 인정받아 그해 10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쉬안은 혼자서는 거의 거동할 수 없는 상태였다.
현재 이들은 매일 안산 고대병원을 다니며 후유증을 치료하고 있다. 1천여만원씩 보상비를 받았으나, 3평짜리 단칸방에는 난방도 들어오지 않아 이들은 병마와 함께 추위와도 싸워야 한다. 한국에 돈을 벌러 왔다가 불과 3~4개월 만에 병에 걸려 2년 동안 고통받고 있는 이들의 소망은 “통증 없이 살 수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안산/김기성 기자 rpqkfk@hani.co.kr
불법체루 딱지 생명걸고 일 또 일
산업연수생 등 뺀 19만명, 기본권·건강권 사각지대 타이 출신 여성노동자들이 노말헥산에 중독된 사건은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현행 외국인력정책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내준다. 이들의 신분에 ‘불법’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기 때문에 노동기본권은 물론 건강권과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처지로 내몰려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말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노동자는 모두 42만3천여명이다. 이 가운데 15만2천명은 고용허가제, 8만3천명은 산업연수생제로 들어와 있는 합법체류자들이고 18만8천명은 허가된 체류기한이 끝난 불법체류자들이다. 바로 이 18만8천명의 불법체류자들이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작업’을 하는 영세사업장에 몰려 있다. 이들은 신분이 노출되면 일자리를 잃고 강제추방되기 때문에 법과 제도로 보장된 노동기본권과 인권에서 완전히 배제돼 있다. 이번에 노말헥산에 중독돼 산재 판정을 받은 경기 화성시 ㄷ사의 타이 여성노동자도 8명 가운데 1명말고는 모두 불법체류자로 돼 있다. 이들은 이른바 ‘앉은뱅이병’을 유발하는 위험물질을 취급하면서도 기본적인 예방관리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위험에 방치된 외국인노동자가 이들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이 2002년 12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고려대학교와 공동으로 실시한 ‘외국인 근로자 안전보건실태조사 연구보고서’를 보면, 외국인노동자 고용사업장의 산업안전보건실태가 얼마나 열악한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 조사에서 일반 건강진단 및 특수 건강진단을 실시한 사업장은 전체의 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외국인노동자 고용사업장은 전체의 70.6%가 피고용자 50명 미만의 영세사업장이다. 이런 영세사업장일수록 산업재해나 직업병 발병건수는 높을 수밖에 없다. 또 외국인노동자들은 의사소통의 문제 때문에 대부분 안전보건에 대한 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장에 배치된다. 게다가 ㄷ사에서 일한 타이 여성노동자들처럼 다치거나 병이 생기더라도 꾹 참아야 한다. 보상을 요구하는 순간 강제추방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불법체류자라도 기본적인 인권은 법률적으로 제한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으나,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들은 아파서 쓰러지기 전까지는 한국의 법과 제도를 ‘그림의 떡’으로 여기고 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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