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에서 점심 도시락을 배달받고 있는 학생들이 자원봉사자들에게 보낸 감사 편지. 군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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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잘 먹었습니다. 즐거운 성탄절 보내시고 건강하세요!” 제주도에 이어 전북 군산시에서 ‘건빵 도시락’이 파문을 빚은 가운데, 결식아동들이 부실 도시락을 먹고도 매일 감사의 마음을 전했던 것으로 밝혀져 어른들을 두번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결식아동들은 날마다 도시락을 전해주는 자원봉사자들에게 고맙다는 쪽지 글을 다음날 수거하는 빈 도시락 보자기 안에 끼워넣었다. 문제의 ‘건빵 도시락’은 성탄절 전날인 지난달 24일 공급됐다. 반찬으로는 김치와 참치볶음, 단무지, 건빵, 메추라기알 등이 고작이었지만, 아이들은 고마운 마음을 쪽지에 전했다. 감사의 글은 40여곳에서나 발견됐다. 달동네인 군산시 금동에 사는 결식아동 김아무개(11)군은 “방학인데도 도시락을 집까지 배달해 주는 자원봉사 오빠와 누나들은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자원봉사자 최아무개(53)씨는 “자식을 둔 아비 입장에서 차마 반찬으로 건빵이 나온 도시락을 내밀기가 부끄러웠다”며 “그런데도 서운한 표정을 짓지 않은 아이들의 눈동자가 너무 맑았다”고 말했다. 도시락을 공급하는 업체 관계자는 “빈 도시락에 아이들의 쪽지편지가 매일 10여통씩 담겨 있었다”며 “물의를 일으켜 더이상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후회했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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