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1.13 19:12
수정 : 2005.01.13 19:12
“소가 걷는 것처럼 묵묵히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2004년 최우수 조종사’(Best Pilot)에 뽑힌 공군 제17전투비행단 156전투비행대대 1편대장 이경주(37) 소령은 13일 열린 시상식에서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올해 26회째를 맞은 ‘최우수 조종사’ 선발은 한 해 동안의 비행경력과 사격 기량, 작전참가 횟수와 비행안전 기여도는 물론 전문지식, 체력평가 등 총 10개 분야 23개 항목에 대한 평가를 통해 이뤄진다. 이 때문에 공대공, 공대지 사격의 전투기량을 측정해서 선발하는 ‘탑건’(Top Gun)보다 더 영예로운 상으로 평가된다.
이 소령은 대대원들이 지어준 별명인 ‘우보’처럼, 한 걸음씩 차분하고 우직하게 임무를 수행해온 대기만성형이다. 빨간마후라를 갓 맨 중위(1992년) 시절 그는 A-37 공격기로 조종사가 되는 평가에서 두 번이나 탈락한 뒤 세번째 평가에서 비로소 합격했으며, 1996년 동료들에 비해 2~3년 늦게 당시 주력기였던 F-4E로 기종을 바꿨다. 늦은 출발을 만회하기 위해 이 소령은 각종 교육과 훈련을 자청해 전술무기 교관, 시험비행 조종사 등 특수 조종사 자격을 취득했으며 동료 조종사들의 평균 비행시간을 훨씬 웃도는 2422시간의 비행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 소령은 “남다른 특기나 재주는 없지만 서두르지 않고 매순간 최선을 다한 것이 최우수 조종사라는 영예를 가져다 준 것 같다”며 “앞으로 세계 표준으로 삼을 만한 후배 정예 조종사 양성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김종철 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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