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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2 13:45 수정 : 2005.01.12 13:45


시민들 “시중 1600원짜리보다 훨씬 엉망”
담당자 문책 요구

제주 서귀포시의 ‘부실 도시락 파문’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군산시에서도 결식 어린이들에게 제공된 ‘부실한’ 도시락 내용물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11일 군산의 한 아동복지시설에서 공개한 도시락 내용물을 보면, 콩나물과 시금치, 단무지 등 대부분 야채로 채워졌다. 심지어 반찬으로 보기 힘든 건빵까지 담겨있는 등 성장기 어린이들의 영양상태에 대한 배려는 고사하고 한 끼에 2500원짜리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또 앞서 한 아동복지시설이 공개한 지난달 24일의 도시락을 보면 김치와 참치 볶음, 단무지와 메추라기 알, 건빵 등이 반찬으로 지급됐다. 이에 아동복지시설과 학부모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군산시는 이달 들어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도시락의 질은 나아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 군산시의 ‘탁상행정’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실제 11일 도시락을 제공받는 결식아동 2707명 가운데 한 업체가 납품한 1220명분의 점심 반찬은 오징어채 조림과 오징어 젓갈, 양념간장을 뿌린 두부 1조각과 술안주에나 나올 법한 양배추채가 소스도 없이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해 군산시 관계자는 “교통비와 용기비 500원을 제외한 2000원짜리 음식을 만들다 보니까 반찬이 부실할 수밖에 없다”며 “지난달 24일 공급한 점심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참치 볶음이 주 메뉴였으며 건빵은 별식이었다”고 해명했다. 군산시 관계자는 “결식 어린이를 위해 지급되는 도시락 가격을 2500원에서 4천원으로 올려줄 것과 추가 예산 지급을 중앙정부에 요청했다”며 “앞으로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양질의 반찬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학부모를 비롯한 네티즌들은 군산시를 성토하고, 담당자 문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네티즌들은 시중에서 판매하는 1600원짜리 도시락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등 제반비용을 고려해도 지자체가 원가절감이나 영양문제 등에서 결식학생 급식문제를 소홀히했다는 점에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군산시 홈페이지(www.gunsan.go.kr) 자유게시판에 글을 남긴 김영선씨는 “결식아동에 식사를 제공하는 취지는 좋지만 소스도 없는 양배추에 건빵, 두부 1조각이라니… 지금 장난하냐?”며 “담당자들을 엄중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심건욱씨는 “2500원으로 풀만 있는 저질 도시락을 만들어 먹이는 것이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담당 공무원의 관리미숙과 업무태만이 원인일 텐데, 군산시장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두고보겠다”고 경고했다.

강근석씨는 “순수 음식 재료비가 얼마인지는 모르겠으나 2500원짜리 도시락 반찬이 고작 야채하고 오징어젓갈이라니…”라며 혀를 찼고, 김덕후씨는 “군산시장은 책임지고 사퇴하라”며 “군산시청 앞에서 아동학대 규탄 궐기대회를 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각 지자체의 결식 어린이 도시락 지원은 정부가 이번 겨울방학부터 기초생활보장 대상 학생과 결식학생 등 25만1000명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하기로 하고 지자체에 예산을 지원한 데서 비롯됐다. 정부는 한 끼 값을 2500원으로 잡고, 국가 50%(서울은 30%), 광역단체 25%, 기초단체 25%씩 부담하고 있다.

군산시내 결식 어린이는 모두 2707명으로 시는 1인당 한끼에 2500원꼴로 군산종합사회복지관과 나운복지관 등 2곳에 예산을 지급하고 있다. 이중 나운복지관은 후견단체의 도움을 받아 직접 점심을 만들고 있으며, 군산종합사회복지관은 이번에 문제가 된 업체의 도시락을 납품받아 결식 어린이가 있는 가정에 배달해주고 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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