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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1 18:44 수정 : 2005.01.11 18:44

11일 오후 김수영(가운데)씨 등 사할린 한인동포 단체 대표들이 외교통상부를 찾아와 동포들의 조속한 영주귀국과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보상금 협상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사할린’메아리없는 절규

“한국 정부는 우리가 죽기만을 기다리는 것인가?”

11일 오후 3시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 앞에 털모자와 코트를 걸친 노인 5명이 두툼한 서류 뭉치를 들고 나타났다. 사할린 동포들의 영주귀국 사업에 소극적인 한국 정부에 항의하고, 이른 시일 안에 동포 1세대를 모두 귀국시켜 달라고 청원서를 내러 온 사할린 한인단체 대표들이었다.

“우리가 죽기만 기다리니”

‘사할린 잔류 한인 영주귀국 촉진회’의 김수영 회장은 “최근 <한겨레>(지난해 12월28~30일) 등 한국의 신문들이 사할린 동포 문제를 다루면서 한국 정부나 적십자사의 태도가 변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왔다. 아직까지는 변화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며 실망의 빛을 감추지 않았다. 이들은 한국 정부의 답답한 태도를 견디다 못해, 없는 살림에도 사비를 70만원씩이나 들여 한국을 찾아왔다.

이들이 이날 외교통상부에 요구한 것은 무엇보다 한국 정부가 직접 나서 1세대 동포 3147명의 영주귀국 사업과 보상금 지급 등 사할린 동포와 관련된 문제를 풀어달라는 것이었다. 1970년대부터 한국과 일본에서 사할린 동포 귀환운동을 벌여온 김경순씨는 “오죽하면 사할린 한인단체들이 사할린 주정부와 함께 일본에 대한 보상금 협상에 나서려 하겠느냐”고 한국 정부를 질타했다.

이들이 한국 정부에 “2차대전 직후 사할린에 남은 약 4만3천명의 한인에 대한 보상금으로 1인당 5천달러를 일본한테서 받아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사할린에서 강제노동을 하던 한인들의 임금 가운데 강제로 저금된 1억8600만엔도 물가상승률을 적용해 돌려받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이 돈이면 한국에 사할린 동포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과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정부 속수무책“답답하오”

김씨는 또 “정부가 영주귀국시키는 사할린 동포들의 수를 제한하고, 이 일을 민간단체에 떠맡기다 보니 여러 잡음까지 생겨 사할린 동포사회가 분열되고 서로 적대시하기까지 한다”고 지적했다.

김수영 회장은 “2차대전이 일어나면서 미국과 캐나다의 강제수용소에 갇힌 일본인 6만여명은 지난 88년 미국과 캐나다 정부로부터 1인당 2만달러씩 보상금을 받았다”며 “한국 정부가 일본에 사할린 동포에 대한 보상금을 내놓도록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할린에는 1945년까지 모두 15만여명의 한인들이 징용 목적으로 일제에 의해 끌려갔다. 이 가운데 일본으로 다시 끌려간 10만여명을 뺀 4만3천명이 해방 뒤에도 사할린에 그대로 남았다. 정부는 90년부터 현재까지 이들에 대한 영주귀국 사업을 벌이고 있으나, 지난해까지 귀국한 사람은 1598명이며, 아직 3147명의 1세대 동포들이 남아 있다.글·사진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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