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사 아빠로서…

10일 낮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장영복씨가 딸 인경(왼쪽)양과 아들 해성군 등 두 자녀와 함께 국가보안법 폐지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강창광 기자[e-mail]

딸·아들과 보안법 폐지 릴레이 1인 시위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역사교육을 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10일 정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는 특별한 가족 시위가 열렸다. 장영복(45)씨, 인경(14·중1)양, 해성(10)군 등 일가족 3인의 국가보안법 폐지 시위가 열린 것이다.

2003년 5월14일부터 시작된 국가보안법 폐지 릴레이 1인 시위에 이날 장씨 가족이 참가하게 된 것은 서울 도봉고등학교에서 역사교사로 일하고 있는 장씨의 제안에 따라서다.

장씨는 역사교사로서 국가보안법이 반드시 철폐돼야 한다고 믿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한시법이고 특별한 시기에 특별한 목적을 위해서 국민에게 잠시 불편을 끼치도록 만든 법인데 정권 안보에 악용되면서 50년 넘게 유지되고 있는 것에 항상 문제 의식을 느껴온 터였다.

“보통 때는 교사이다 보니까 시간 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방학을 맞아 1인 시위에 동참하려고 했죠. 이왕 하는 거 두 아이들도 함께 하자고 설득했습니다.”

인경이와 해성이는 “친구와 놀아야 되는데… 공부할 게 있는 데…” 라며 잠시 투덜거렸지만 금세 흔쾌히 1인 시위에 따라나섰다. 평소 아버지가 자신의 활동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이해시켜온 덕이다.

인경양은 “국가보안법은 북한과 우리나라가 가까워지는 것을 막고,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이라고 생각해요”라며 딱 부러지게 국가보안법을 정의했다. 아버지가 한번씩 말씀해 주기도 했거니와 직접 국가보안법에 대한 자료들을 찾아보기도 했다.

영하 6도를 넘나드는 추운 날씨에 볼이 땡땡 얼어 붙었지만 1인 시위 피켓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1시간 동안 국가보안법 폐지 시위를 연 이들의 표정에는 자긍심이 가득했다.

이형섭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