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인·딜러·게임자 모두가 가짜 폭력조직 ‘서방파’ 행동대장 출신인 정아무개(54)씨는 2002년부터 강원도 정선카지노를 출입하면서 2년간 무려 20억원을 잃었다. 정씨는 이 돈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해 8월31일부터 이틀간 정선카지노에서 사귄 안아무개(48·사우나 업주)씨 등 재력가 2명을 하룻밤씩 끌어들여 마치 영화 <스팅>처럼 감쪽같은 사기 도박판을 벌였다. 피해자 2명에 10억 사기
서방파 출신등 8명 적발 그는 제주도 한 호텔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있는 바카라게임 테이블 1개를 이틀간 6천만원에 빌렸다. 그리고 공범 7명을 카지노 지배인·딜러·게임참가자 등으로 위장시켰다. 가짜 지배인과 딜러에게는 카지노 정식직원 복장까지 입혔다. 게임은 딜러가 이른바 ‘탄’(순서가 미리 조작된 카드)을 이용해 재력가가 지도록 조작할 수 있었다. 모든 준비를 끝낸 정씨는 “골프나 치러 가자”며 안씨를 제주도로 유인했다. 정씨는 안씨와 함께 하루종일 골프를 즐긴 뒤 밤 10시께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있는데 내국인도 들어갈 수 있다”며 ‘준비된 장소’로 안씨를 안내했다. 안씨는 사기 도박판인줄 까맣게 모른 채 새벽 1시까지 불과 3시간 만에 1억1천만원을 날렸다. 안씨는 현금으로 1천만원을 잃었으나, 정씨가 미리 준비한 부도 수표로 1억원을 빌려주면서 도박용 ‘칩’을 구입하도록 해 피해가 커졌다. 안씨는 이튿날 ‘본색’을 드러낸 정씨의 협박에 못이겨 1억원을 송금했다. 이튿날 밤에는 제주도에서 미술관을 운영하는 김아무개(49)씨가 정씨의 ‘덫’에 걸려들었다. 김씨는 정선 카지노에서 알게 된 정씨의 공범 유아무개(43·구속)씨가 제주도에 왔다며 만나자고 해 따라나섰다가 5시간만에 무려 9억원을 잃었다. 김씨는 가지고 있던 돈 1억원을 잃은 뒤 역시 정씨에게 부도 수표와 어음으로 8억원을 빌렸다가 이마저 모두 날렸다.
김씨는 정씨 등의 빚 독촉에 시달리다 뒤늦게 ‘사기 도박’임을 깨닫고 수사기관에 신고했다. 조직 폭력사범 전담 서울지역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10일 사기도박을 벌인 일당 8명을 적발해 정씨와 유씨 등 3명을 구소기소하고, 가짜 딜러 이아무개(39)씨 등 2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전아무개(56)씨 등 가짜 게임참가자 3명을 수배했다. 합수부는 이와 함께 정씨에게 카지노 시설을 빌려준 이 호텔 카지노 대표 김아무개(41)씨 등 2명을 관광진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하고 업소에 대해 당국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합수부 관계자는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대부분 적자로 운영되고 있다”며 “일부 업소는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내국인을 출입시키거나 시설을 불법 임대해 사기도박을 방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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