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정봉주 의원(열린우리당)이 공개한 2002년 3월12일 당시 서울대 이기준 총장 명의의 공문. ‘2000년 11월30일부터 우리 대학 교원의 사외이사 겸직을 일체 불허하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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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로 있으면서 교수에 '금지' 공문도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7일 사퇴한 것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온 각종 의혹에 대해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하면서 여론이 악화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외이사 논란과 부동산 문제 등에 이어 장남의 연세대 특례입학 과정에 대해서까지 의혹이 불거지면서 교육정책 수장으로서의 자격에 의문이 제기된 것이 결정타를 날린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 장남 특례입학 의문점 = 미국에서 태어난 이중국적자인 장남 이동주씨가 연세대에 특례입학한 과정에 석연치않은 점들이 드러나 이 부총리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초·중학교 시절을 주로 미국에서 보낸 것으로 알려진 이씨는 1982년 국내에서 고입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83년 서울 ㅇ고에 입학해 86년 2월 졸업한 뒤 재외국민 특별전형으로 연세대 화공과에 입학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대학 특례입학 규정을 보면, 고교 1년을 포함해 외국에서 최소 2년 동안 부모와 함께 학교를 다녔을 경우 특례 자격이 주어졌다. 따라서 이 부총리의 장남이 이 자격을 얻으려면 국내 고교 재학 중 다시 미국 고교로 편입해 1년 이상 수학한 뒤 돌아와 졸업해야 한다. 하지만 그는 ㅇ고에서 자퇴 등 조기 유학을 입증할 만한 학적변동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이 부총리 쪽의 해명도 의혹을 증폭시킨다. 취임 당시만 해도 “초·중학교는 미국에서 졸업했고 고교를 다니다 국내 고교로 편입한 뒤 졸업했다”고 밝힌 바 있으나 7일에는 “초·중·고교 시절 자주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정확한 학력 파악에 시간이 걸린다”고 답변했다. ◇ 버젓이 사외이사 금지 공문 보내 = 이 부총리가 서울대 총장 시절인 2000년과 2002년 스스로는 규정을 어기고 엘지화학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으면서 교수들에게는 ‘기업체 사외이사 겸직을 허가요청하거나 사외이사로 위촉되는 경우가 없도록 협조해 주기를 바란다’는 공문을 두차례나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정봉주 열린우리당 의원 쪽은 이날 2000년 12월11일과 2002년 3월12일에 교수들에게 내려보낸 서울대 총장 명의의 공문 2개를 공개했다. 2000년 공문에는 ‘대학교원의 기업체 사외이사 겸직은 현행 국가공무원법, 공무원복무규정, 사립학교법에 의거 금지하는 사항’이라는 내용이 적시돼 있으며, 2002년 공문에는 ‘각 단과대학(원)에서는 소속 교원의 기업체 사외이사 겸직을 허가요청하거나 소속 교원이 사외이사로 위촉되는 경우가 없도록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쓰여 있다. 게다가 사외이사 겸직이 문제가 됐던 2002년 3월18일 언론보도를 보면 이 부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사외이사 겸직금지 공문이 있었는지조차 알지 못했으며, 추후에도 교수들의 사외이사 활동을 막을 계획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 사외이사 맡은 회사에 장남 입사 = 이 부총리가 엘지화학 사외이사로 재직하던 2001년, 아들 이씨가 계열사인 엘지전자에 입사한 데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98년 사외이사를 맡은 이 부총리는 2002년 초 이 문제가 불거지자 총장직을 사임하면서 사외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아울러 입사 5년차인 이씨의 현재 직위가 과장인 점을 참작하면 미국 근무 경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이씨는 “아버지가 사외이사인 줄도 몰랐다. (입사가) 사외이사랑 관계가 없다고 본다”며 아버지와의 관련설을 부인했다. ◇ 증여세 포탈 의혹도 해소 안돼 = 이씨는 한국 국적을 포기한 지 한달도 되지 않은 2001년 10월 이 부총리가 소유한 경기 수원의 시가 18억원 상당의 땅에 건물을 지어 소유주로 등록했다. 세법은 아버지의 땅에 아들 명의의 건물을 등록하더라도 토지 무상 사용에 대해 증여세를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씨는 “할 말이 없다”고 말할 뿐 의혹을 명쾌히 해소하지 못했다. ◇ 불성실한 재산신고 = 이 부총리가 서울대 총장 때 재산을 신고한 내역과 부인인 장성자 당시 여성부 여성정책실장(1급)이 같은 때 재산을 신고한 내역이 서로 달라, 불성실하게 재산을 신고한 의혹이 있다고 참여연대 쪽은 주장했다. 2002년 <관보> 등을 보면 이 부총리와 장 전 실장은 2002년 같은 시기에 재산등록을 했는데 재산 내역에서 예금통장 액수 차이가 약 2700만원에 이르고, 통장별 예금액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참여연대는 밝혔다. 강성만 황상철 이형섭 김남일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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