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국노’ 송병준과 이완용이 일제 때 경기도·강원도 일대에서만 94만4천여평의 땅을 소유하고 있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용역을 받아 7일 발표한 보고서 ‘친일파의 축재과정에 대한 역사적 고찰과 재산환수에 대한 법률적 타당성 연구’에서, 송병준의 경우 증손자 송돈호(60)씨가 지난해 4월 재산반환 소송을 냈던 인천 부평구 산곡동 캠프마켓 터(13만3천평·시가 3천억원대) 외에 경기 고양시 등에 79만8923평, 이완용은 경기 광주시와 여주군 등에 14만598평을 소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민족문제연구소는 토지전문 브로커들이 친일인사 후손들의 재산반환 소송에 대비해 만든 송병준·이완용 재산 추정 목록을 일제시대의 토지대장인 ‘토지사정부’와 대조해 이런 사실을 밝혀냈다. 송병준·이완용이 이 땅을 소유하고 있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밝혀진 것으로, 일제 때 ‘토지사정부’를 근거로 땅찾기 소송을 벌이는 친일파 후손들의 전례로 볼 때 이 땅을 상대로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가가 관리하는 옛 일본인과 창씨개명한 한국인의 땅 가운데 친일파의 땅이 다수 섞여 있는 것으로 확인돼, 친일파 후손들의 무분별한 땅찾기 소송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구소는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국정감사 때 제출한 ‘일본인 토지 소유현황’에 포함된 10만2467필지(3743만평)를 대상으로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통치에 협력해 일제로부터 훈작을 받거나 을사조약이나 정미7조약 체결을 주창한 대신 등 ‘매국형 친일파’ 434명 가운데 130명의 이름을 땅 주인과 대조해 일제시대 중추원 고위관료를 지낸 금정XX등 13명이 122필지 2만1162㎡를 소유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조세열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총장은 “전체 명단 가운데 일부만 표본조사를 했는데도, 친일파들의 땅이 무더기로 확인돼 당황스러웠다”며 이 땅들을 그대로 둔다면 땅을 찾으려는 친일파 후손들의 소송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구소 쪽은 앞으로 정밀 조사가 이뤄지면 친일파의 재산이 수백만평 추가 확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땅들은 이미 전산으로 정리돼 있어, 원하는 사람들은 각 시·도에 조상의 이름과 자신이 그의 후손임을 증명할 수 있는 호적등본 등 관련 서류를 제시하면 땅을 검색할 수 있다. 이 제도를 활용해 땅을 찾은 사람은 1997년에는 219명이었지만, 2002년 8967명, 2003년 9637명, 지난해 1만5355명으로 폭증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친일파 후손의 재산반환 소송은 90년 이전에는 1건에 그쳤으나, 90년대에 23건, 2000년 이후 7건이 접수되는 등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또 일제 때 훈작이나 은사금을 받은 거두급 친일파 윤덕영·이해창·이기용·남정철 등 4명의 후손이 땅찾기 소송을 벌였다는 것도 이번에 추가로 확인됐다. 보고서를 발표한 최용규 열린우리당 의원은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재산환수 특별법’을 하루 빨리 만들어 친일파 후손들의 소송을 막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워야 한다”며 “이달 말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황준범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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