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대법 판례집…시대상황 가늠자 법원이 일제 시대 재판 판결문을 우리말로 번역한 판례집을 처음으로 펴냈다. 일제 때 판결문은 일본 고어체로 작성돼 그동안 연구자들도 쉽게 자료를 찾아보기 어려웠으나, 이번 작업으로 당시 시대상황과 사법체계를 좀 더 쉽게 들여다 볼 수 있게 됐다. 법원도서관(관장 손용근)은 1909년부터 1943년까지 대한제국 대심원 및 통감부, 조선총독부 고등법원의 민·형사 사건 판례집인 ‘고등법원판결록’ 30권 가운데 첫 1권을 완역해 발간했다고 6일 밝혔다. 고등법원판결록은 지금 우리 사법체계로 치면 대법원이 낸 판례집에 해당한다. 이번에 번역된 1권은 법원도서관에 소장된 고등법원판결록 2만 쪽 분량 가운데 1909∼1912년 사이의 선고된 형사사건 51건과 민사사건 125건을 다루고 있다. 번역본을 보면, 형사사건으로는 항일의병 대원의 일본 헌병보조원 살해 사건이라든지, 구한국의 은화 위조, 아편 흡입기구 소지, 관문서 위조, 절도, 상해치사, 살인, 강도, 도박 등 각종 형사사건이 포함돼 있다. 특히 이번 번역본에는 백야 김좌진 장군이 1911년 북간도에 독립군 사관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군자금을 조달하려고 친척을 찾아갔다가 경찰에 잡혀 강도죄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은 사건이 눈에 띈다. 당시 민사사건으로는 탐관오리의 횡포로 자신의 재산을 빼앗겼다거나, 관직을 사기 위해 건넨 뇌물을 돌려달라는 소송이 많았다. 서자나 여성의 유산상속, 부모의 자식 부양 의무 등은 법률 규정이 부족해 일제가 당시 조선의 관습에 따른 판결을 해 왔음을 알 수 있는 사건들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한편, 법원도서관은 지난해 4월부터 일본어에 능통한 법대 교수와 변호사 7명에게 번역을 의뢰해 우리말 판결록 작성 작업을 해 왔으며, 일본에서 오랫동안 연수를 한 법관들이 이를 다시 검토해 최종 번역본을 냈다. 법원도서관은 앞으로 매년 2∼3권씩 판결록 번역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사회일반 |
일제초기 판결문 첫 번역서 |
사실상 대법 판례집…시대상황 가늠자 법원이 일제 시대 재판 판결문을 우리말로 번역한 판례집을 처음으로 펴냈다. 일제 때 판결문은 일본 고어체로 작성돼 그동안 연구자들도 쉽게 자료를 찾아보기 어려웠으나, 이번 작업으로 당시 시대상황과 사법체계를 좀 더 쉽게 들여다 볼 수 있게 됐다. 법원도서관(관장 손용근)은 1909년부터 1943년까지 대한제국 대심원 및 통감부, 조선총독부 고등법원의 민·형사 사건 판례집인 ‘고등법원판결록’ 30권 가운데 첫 1권을 완역해 발간했다고 6일 밝혔다. 고등법원판결록은 지금 우리 사법체계로 치면 대법원이 낸 판례집에 해당한다. 이번에 번역된 1권은 법원도서관에 소장된 고등법원판결록 2만 쪽 분량 가운데 1909∼1912년 사이의 선고된 형사사건 51건과 민사사건 125건을 다루고 있다. 번역본을 보면, 형사사건으로는 항일의병 대원의 일본 헌병보조원 살해 사건이라든지, 구한국의 은화 위조, 아편 흡입기구 소지, 관문서 위조, 절도, 상해치사, 살인, 강도, 도박 등 각종 형사사건이 포함돼 있다. 특히 이번 번역본에는 백야 김좌진 장군이 1911년 북간도에 독립군 사관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군자금을 조달하려고 친척을 찾아갔다가 경찰에 잡혀 강도죄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은 사건이 눈에 띈다. 당시 민사사건으로는 탐관오리의 횡포로 자신의 재산을 빼앗겼다거나, 관직을 사기 위해 건넨 뇌물을 돌려달라는 소송이 많았다. 서자나 여성의 유산상속, 부모의 자식 부양 의무 등은 법률 규정이 부족해 일제가 당시 조선의 관습에 따른 판결을 해 왔음을 알 수 있는 사건들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한편, 법원도서관은 지난해 4월부터 일본어에 능통한 법대 교수와 변호사 7명에게 번역을 의뢰해 우리말 판결록 작성 작업을 해 왔으며, 일본에서 오랫동안 연수를 한 법관들이 이를 다시 검토해 최종 번역본을 냈다. 법원도서관은 앞으로 매년 2∼3권씩 판결록 번역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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