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스리랑카 남부 갈 지역에서 한민족복지재단 의료진이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검진·처방·투약·소독 등의 응급치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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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은 많은데 돈도 없고 사람도 없다.” 정부의 해외재난에 대한 긴급구호와 국민보호 문제는 결국 이런 말로 압축된다. 세계 10위권에 육박하는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로선 궁색한 고백이다. 해외재난 구호에 대한 인식과 경험 부족으로 관련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도 이런 우울한 자화상을 덧칠하고 있다. 정부는 지진해일이 남아시아를 덮친 지난달 26일 곧바로 외교통상부에 비상대책반을 설치했다. 그러나 하루 뒤인 27일에는 이를 외교부 차관이 주재하는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로 격상하고, 다시 하루 뒤인 28일에는 외교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꾸렸다. 정부의 대응은 지난 4일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여는 데까지 나아갔다. 피해 규모가 예상 밖으로 커지면서 대응에 연쇄적인 시차가 발생한 셈이다. 정부의 이런 대응은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지난해 9월 제정한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과 태풍, 지진, 해일 등 유형별 위기관리 표준지침에 따라 이뤄졌다. 특히 이번 사고에서는 정부의 이라크 파병 결정 이후 작성된 재외국민 보호 지침이 함께 적용됐다. 재외국민 보호지침이 위기관리 지침과 함께 작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정부로선 ‘초보자의 한계’이자 시행착오를 겪었다. 우선 시스템을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고질적인 병폐가 걸림돌이 됐다. 외교부가 집계한 해외재난 사건·사고는 2001년 554건에서 2002년에는 1241건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김선일씨 피살 사건까지 겪었다. 그러나 외교부의 영사과 인력은 여전히 10명을 채 넘지 못하고 있다. 돈도 따르지 못했다. 외교통상부는 한국에 적정한 인도적 구호사업비를 경제규모가 비슷한 나라와 비교했을 때 연간 2800만달러로 추산한다. 그러나 올해 외교부에 책정된 긴급구호 예산은 110만달러가 고작이다. 우리나라의 무상원조(ODA) 금액도 국민총소득(GNI)의 0.06%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비율이 0.23%라는 점을 감안하면 부끄러운 수준이다. 정부의 무상원조 방식도 받는 쪽에서는 달갑지만은 않다. 물자 공여나 인력 지원의 경우 한국국제협력단(KOICA) 법에 따라 국산이나 한국인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지원방식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1달러를 주고 75센트를 받는 원조’라는 비난을 받고 폐기처분된 것이다. 그나마 우리나라의 대외원조에서 무상원조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3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장기저리로 제공되는 차관 형태의 유상원조여서 궁극적으로는 받는 쪽의 상환 부담을 초래하게 된다. 돈을 주고도 고운 말을 듣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선진국에선 무상원조가 전체의 9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유강문 김남일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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