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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06 18:28 수정 : 2005.01.06 18:28

스리랑카 항구도시 갈의 발라피티야에서 5일 현지인들이 해일 피해로 끊어진 철로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갈/AP 연합



월드비전 모금 열흘새 5억 육박, 항공·체류비 부담하며 봉사지원

전지구적 차원의 지원 손길이 이어지고 있는 남아시아 지진해일 대참사가 한국 사회에서도 광범위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부는 물론 각계각층의 민간 단체나 개인들이 앞다퉈 구호·지원활동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번 구호·지원 활동에는 국제무대에서의 영향력 강화 등 정치적 입지를 의식한 정부와 달리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 세계시민 의식이 확산되고 국경을 넘어서는 나눔문화의 시발점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반 국민들이 이번 대참사에 보여주고 있는 관심은 국제구호단체의 모금실적에서도 확인된다. 월드비전이 지난 2003년과 2004년에 이라크 난민 돕기와 북한 룡천역 폭발사고 피해돕기를 통해 한 달 동안 모금한 액수는 각각 3억8천만원에 불과했으나, 이번 대참사 직후 열흘 동안 월드비전에 답지한 성금은 벌써 4억8천만원이 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정기회원의 후원금을 뺀 액수여서 앞으로 모금 액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박성복 월드비전 간사는 “정기회원들의 후원이 전체 모금액의 50~60%를 차지했던 이전과 달리 일반인들의 자발적인 모금이 늘고 있다”며, “일상적인 나눔의 문화가 외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종교 구호단체인 기아대책에도 일반인들의 자원봉사 지원이 잇따르고 있다. 항공비·체재비용으로 90만원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조건이지만 모집 5일 만에 대학생과 교사 등 시민 200여명이 자원봉사를 신청했다. 최수영 기아대책 간사는 “사건 자체도 크고 온라인을 통해 홍보가 많이 돼 자원봉사 희망자가 줄을 잇는 것 같다”며 “의료진 위주로 파견을 하다보니 남아시아에 간 일반인 자원봉사자 수는 아직 22명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복구사업 인력이 필요하게 되면 자원봉사자들을 더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휴대전화나 신용카드를 통한 모금으로 금세 긴급구호자금 1억원을 모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김재명 대리는 “유니세프의 도움을 받아왔던 우리나라도 지난 1994년부터 다른 나라를 돕기 시작했지만 어떤 분들은 국내 어린이들한테 신경을 써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며 “이번 남아시아 지진해일 피해사태를 보면서 시민들은 국제적인 일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을 전문가들은 한국적 집단주의 성향의 변화와 인류보편적 가치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라고 분석한다. 도정일 경희대 교수(영문학)는 “이해관계가 없으면 대체로 무관심하고 기부에 인색하며 1차집단 안에서만 동정을 보내고 아픔을 나눴던 집단주의가 한국인의 일반적인 성향이었다”며 “나라 밖 재난에 보여주고 있는 시민들의 관심은 한국인의 집단주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의미있는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근식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외부상황이 봉쇄됐던 냉전이 끝나고 경제적인 성과와 정치적 민주주의를 얻은 뒤 인류보편적 가치에 관심을 가지는 시민사회 목소리가 커지면서 나라 밖 상황에도 큰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라며 “일회적인 관심에 그칠 게 아니라 아시아·아프리카 등 소외된 지역의 실상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 진정한 세계시민으로 성숙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황상철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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