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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06 18:28 수정 : 2005.01.06 18:28

각계 원로 및 시민사회단체 등의 대표들이 6일 오후 서울 언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일자리 만들기와 새 공동체 건설을 위한 ‘2005 희망제안’ 선언문을 발표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참여정부 들어 고용불안등 갈등 심화
뉴딜정책도 양극화 확대 부작용 우려

정치적 성향을 달리하는 사회 원로와 각계 대표들이 공동서명한 ‘2005 희망제안’은 현재의 사회·경제적 상황을 놓고 위기의식을 같이하면서 사회통합을 위한 새로운 성장모델을 담고 있다. 그동안 4대 개혁법안 처리과정에서 흩어졌던 여론 주도층이 양극화와 이에 따른 사회갈등을 해소하는 데 함께 팔을 걷고 나선 셈이다.

◇ 양극화, 고용 없는 성장의 심각성 공감=‘2005년 희망제안’의 서명자들은, 참여정부 들어서도 경제운영의 패러다임이 고용불안 등의 구조적인 문제와 사회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우리 경제와 사회의 양극화 현상은 승자 독식의 논리에 근거를 둔 신자유주의 정책에서 비롯됐다”며 “이 때문에 경제가 고용 없는 성장 체제로 접어들었고 이념갈등, 빈부갈등, 경영자와 노동자의 갈등, 도농갈등 등 다원화한 갈등구조가 날로 확산되면서 경제와 사회의 숨통을 막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선 기업투자 활성화, 후 일자리 창출’ 전략에 대해서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기업도시 건설, 경기부양을 위한 뉴딜정책 등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기업들에 투자여건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지만, 기업들이 단기적 이익추구에만 치중하면서 사람 들어내기 경쟁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런 투자 활성화가 거꾸로 경제와 사회의 양극화를 가속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위험이 크다는 얘기다.

◇ 사람 중심의 새로운 성장전략 필요=각계 원로와 대표들은 고용과 성장이 함께하는 공동체를 내세우며, ‘유한킴벌리식 모델’이 보여주는 ‘사람이 중심이 되고 사람이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새 패러다임’의 확산을 강조했다.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은 “연간 직장내 산재사고자 9만5천명에다 사망자 2900명으로 산재손실금액만도 12조원에 이른다”며 과로노동 체제와 비정규직이 확산되는 인력운용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문 사장은 “노동시간은 주 40시간으로 줄이면서 직장내 평생학습을 통해 10% 내외의 평생학습 예비조를 제도적으로 확산해 나간다면 최소 100만명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하면 과로체제에 따른 사회적 비용의 절감, 신규 고용 창출, 노동자의 역량강화와 지식산업기반 구축 등 1석3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희망제안’ 서명자들의 의견이다.


조동성 서울대 교수도 “기업들이 경쟁력을 통해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시장지배력을 높여서 경쟁력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며 “인력감축과 비용절감에 치중하기보다는 인력의 부가가치능력을 높이려는 노력을 해야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 제안도 나왔다. 문 사장은 “선진국처럼 보육도우미와 학습도우미가 학교와 마을을 중심으로 대규모로 형성되고, 전국 300여개 대학에 디지털패션 디자인방 같은 것을 만들면 수십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며 이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촉구했다.

노사정·실업자·여성·시민단체 참여
무분규 선언·투명경영등으로 점차 확대

◇ 사회적 대타협 절실=사람 중심의 새로운 성장전략은 국민적 공감대가 먼저 형성되어야 한다. ‘희망제안’에서는 노·사·정은 물론 실업자·여성·노인·시민단체 대표 등이 참여하는 ‘범국민적 사회협약’이 추진 에너지로 설정됐다.

이형모 뉴패러다임 포럼 대표는 “협의 내용은 과로노동 해소를 위한 노동시간 축소와 일자리 나누기, 평생학습과 같은 과제로 시작해서 무분규 선언, 기업의 투명경영과 지배구조 개선, 한국식 시장경제 모형의 합의 등으로 범위를 확대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사회적 대타협을 위해서는 언론이나 종교계를 비롯한 여론주도층에서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거나 사실관계에 근거하지 않는 주장을 하지 말아야 하며, 합의와 설득 절차를 통해 마련된 결과에 대해서는 깨끗하게 승복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희망제안’에서 나온 사회적 대타협 모델과 의제는, 이달 20일 민주노총의 대의원대회를 계기로 본격 추진될 노사정위원회의 개편 논의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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