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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05 18:40 수정 : 2005.01.05 18:40

“불살생 말하는 불교계 외면 안타까워”

〈당신들의 대한민국〉의 저자인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박노자 교수(한국학)가 양심적 병역거부자 오태양씨를 구랍 31일 서울구치소에서 면회했다. 유대계 러시아출신으로 한국인과 결혼해 귀화한 박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가 사회적 논쟁으로 떠오르기 전부터 〈한겨레〉 칼럼을 통해 대체복무를 주장했다.

오씨는 우리나라에서 불교신자로서는 처음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했다가 지난해 8월 30일 법정 구속됐다. 오씨가 구속되자 박 교수는 노르웨이에서 편지를 보내 그를 위로하기도 했다. 방학을 맞아 한국을 찾은 박 교수는 반드시 만나야 할 사람으로 오씨를 꼽았다가 이날 〈당대비평〉 김진호 주간과 함께 오씨를 찾았다. 구멍 뚫린 창문 너머로 오씨가 나타났다.

“어떻게 여기까지 와 주셨어요?”

그가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박씨가 손을 잡을 듯이 유리창에 다가서서 유창한 한국말로 “건강이 어떠냐”고 묻자 오씨는 “잘 지내고 있다”고 답했다.

감옥에 가기 전 새벽마다 108배를 했다는 오씨는 7명이나 갇힌 2평 감방이 너무 비좁아 절은 하지 못하고 동료 수감자들에게 피해를 주지않기 위해 새벽마다 몰래 일어나 1시간씩 좌선을 한다고 했다.

오씨는 감옥에 갇혀 있는 처지이면서도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다보면 대체 입법이 이뤄질 것으로 희망한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서울구치소엔 ‘여호와의 증인’ 신자로서 병역을 거부한 나동엽, 임태훈씨 등이 함께 수감돼 있다.


이들에게 주어진 면회시간은 단 7분. 오씨는 “잘 가시라”며 철문 속으로 사라져갔지만 박 교수는 발걸음을 돌리지 못했다.

“한국 불교계가 이 문제에 대해 너무 무관심한 게 안타깝군요. 불교 계율에 보면 불살생이 첫 번째지요. 생명을 가장 중시하는 승려와 불자가 사람을 죽이는 살상 훈련을 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가요?”

그는 “일제의 폭력에 대해서도 한국 불교계에서 만해·만공 스님 등 일부 승려만이 항거했을 뿐이고, 베트남 참전 때는 불교계도 박정희 정권에 동조하고, 전두환 정권의 폭압에도 불교계는 방조했다”며 “국가와 사회가 폭력을 행사한다면 그에 순종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잡는 것이 신앙 아니냐”고 물었다.

의왕/글·사진 조연현 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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