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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02 17:46 수정 : 2005.01.02 17:46

사막 ‘특수공간’서 여성 ‘보편문제’거론 눈길

도서출판 사계절이 내놓고 있는 ‘1318 문고’는 청소년 소설을 집중적으로 담아왔다. 우리 출판계의 ‘사각지대’로 여겨지는 청소년도서 시장에서 의미있는 진보를 계속하고 있다는 평가다.

〈바람의 딸 샤바누〉는 그 33번째 책이다. 이 시리즈의 높은 품격은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파키스탄 사막지대의 유목민을 소재로 삼은 이번 소설은 그 가운데서도 특별히 기억될 만하다. 미국 언론인 출신으로 인도·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스리랑카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지은이는 생생한 글로 이슬람 유목민 소녀의 삶을 재현해냈다.

간결하면서도 힘있는 문장은 사막에서 살아가는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깊은 천착에서 비롯됐다. 독사에게 물린 어미 낙타가 독수리 떼에게 쪼이며 힘겨운 출산을 하는 장면이나, 짝짓기를 위해 수낙타들이 싸우는 장면은 어지간한 책에선 쉽게 접하기 힘든 희열로 독자를 이끈다.

사막의 삶이라는 특수한 시·공간에서 ‘여성’이라는 보편적 문제를 집요하게 묻는 일은 이 책의 또다른 성취다. 결혼을 앞둔 두 자매의 삶이 대비되고,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그들의 삶이 비극적으로 전개되는 가운데서, 동생 ‘샤바누’는 자기에게 주어진 운명과 정면으로 맞선다. 한 지주의 횡포로 유력 정치인의 네번째 부인이 될 운명을 거부한 것이다.

“아빠나 다른 사람들이 내가 무엇을 해야 하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걸 들으면 화가 치미”는 12살 소녀는 사막의 한복판으로 탈출한다. 그러나 그는 쫓아온 아버지에게 곧 붙잡힌다. 딸을 때리던 아버지는 다시 딸의 품에 안겨 흐느낀다. 이 소녀의 앞길에 대해 지은이는 다른 실마리를 던져 주지 않는다. 모래폭풍과 맞서려는 모든 청소년들에게 샤바누의 삶에 대한 상상을 맡긴다. 고학년 이상, 수잔 피셔 스테이플스 지음, 김민석 옮김. -사계절/8000원.

안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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