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1.02 17:13
수정 : 2005.01.02 17:13
서울 지하철 경복궁역에 내려 지하도를 걷다 보면 특이한 타일을 밟게 된다. 가운데 원 모양의 타일을 둘러싼 사각형 모양의 타일 개수가 원의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12, 18, 24개로 늘어난다.(그림 1) 마치 지하도를 밝히는 해와 달의 상징 같다. 경복궁의 사정전(思政殿, 임금이 업무를 보던 곳) 앞에는 오목한 반구 모양의 해시계가 있다. 하늘을 우러러보는(仰) 가마솥(釜)처럼 생긴데다 해(日)의 그림자(晷)를 이용한 시계라는 점에서 앙부일구(仰釜日晷)로 불린다. 안쪽 면에 13개의 가로선이 그려져 있는데 24절기를 나타낸다고 한다. 해 그림자가 가장 짧은 하지선이 가장 안쪽에 그려져 있고, 해 그림자가 가장 긴 동지선이 가장 바깥쪽에 그려져 있다. 그런데 가로선이 24개가 아니고 왜 13개뿐일까? 춘분과 추분의 해 그림자 길이가 같아서 절기를 두개씩 짝을 지어 그리면 13개만으로 24절기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안 쪽 면엔 가로선에 수직으로 7개의 세로선이 더 그려져 있다. 이 선들은 묘(토끼), 진(용), 사(뱀), 오(말), 미(양), 신(원숭이), 유(닭)시를 나타내는 시각선이라고 한다. 그런데 왜 12개가 아니고 7개만 그려져 있을까? 하늘의 해를 볼 수 있는 시각만 필요해서일까?(그림 2)
관찰하고 추측하기
1. 하루를 원으로 표현해 원둘레를 24등분하자. 시계 방향으로 차례로 1부터 24까지 번호를 붙여 보라. 24부터 2씩 건너뛰어 자(쥐), 축(소), 인(호랑이), 묘(토끼), 진(용), 사(뱀), 오(말), 미(양), 신(원숭이), 유(닭), 술(개), 해(돼지)를 차례로 써 넣고 뒤에 시를 붙여 읽으면 옛 시각이 된다.(그림 3) 자시에서 시작해 해시가 지나면 하루가 지나가는 셈이다. 예를 들면, 밤 12시는 자시(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의 바로 중간에 해당하므로 자정(子正)이고, 낮 12시는 오시(낮 11시부터 1시까지)의 바로 중간이므로 정오(正午)인 셈이다. 오전(午前)이란 오시 이전의 시간을 말하고, 오후(午後)란 오시 이후의 시간을 말한다.
2. 앙부일구의 침 그림자가 오시에서 두 눈금을 더 가 있다면 오후 몇 시 몇 분을 나타내는 걸까? 앙부일구의 두 시각선 사이는 2시간이고 이 사이는 7개의 선으로 8등분되어 있다. 한 시각(一刻)을 나타내는 선이 15분이므로 앙부일구는 12시30분을 나타낸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표준시는 동경 135° 선에 맞추므로 서울을 지나는 동경 127° 선보다 약 8°(32분)의 시간 오차가 생긴다.(지구가 자전축을 중심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4시간이므로 지구는 1시간에 360÷24=15° 돈다. 따라서 지구가 1° 도는 데 약 4분이 걸린다.) 따라서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는 약 오후 1시 2분이다.
김흥규/서울 광신고 교사
heung13@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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