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22 19:29
수정 : 2006.01.22 19:38
[2006 연중기획 함께 넘자, 양극화] 1부 건강불평등 사회 ⑤ 의료 이용의 양극화
빈곤은 건강을 해치는 일차적 원인이다. 평균수명이든 다른 무엇이든, 빈곤이 건강수준을 악화시킨다는 것은 더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빈곤으로 인한 건강문제는, 저체중 출산에서 보듯이 세대를 넘고 이어서 나타난다. 2004년 현재 절대 빈곤 기준에 해당하는 사람이 도시 인구의 10%나 된다면,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질 건강수준의 양극화는 실로 가늠하기 어렵다.
가난과 건강은 ‘세습’되는 동시에 물고 물리는 고리로 이어져 있다. 가난하기 때문에 건강이 나빠지면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건강이 악화하면 더 가난해진다. 좋지 않은 건강상태에서는 제대로 일해서 소득을 얻을 수 없는 반면, 의료비 때문에 지출은 더 늘어나게 마련이다. 아직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계 ‘파탄’의 중요한 경로이다.
빈곤에 빠질 가능성 뿐 아니라 빈곤에서 탈출할 확률도 건강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필자가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활용해서 분석한 결과에서도 이러한 관계는 명확하다. 잠정적인 결과이긴 하지만, 빈곤층 가구주가 건강이 나쁘면 건강이 좋은 경우에 비하여 빈곤에서 벗어날 확률이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건강이 나쁜 사람들이 주로 빈곤 상태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는 뜻이다. 교육수준이나 나이 같은 것은 모두 같다고 가정을 한 다음의 결과이니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건강의 중요성이 결코 가볍다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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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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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가난해서 건강이 나쁘고, 그래서 더욱 빈곤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사람들. 그리고 그 아이들의 건강과 이어지는 가난은 또 어떻게 될까. 악순환의 고리는 당대는 물론 다음 세대까지 질기게 이어진다. 그래서 건강과 소득 양극화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디에선가 이 고리를 풀어야 한다.
건강은 빈곤에 빠지지 않게 하거나 빈곤에서 좀 더 쉽게 빠져나오게 하는 요건 중 단연코 중요하다. 물론 근본적으로 건강은 삶의 기본적인 욕구이자 권리이다. 그러나 건강이 빈곤의 악순환을 끊는 중요한 한 가지 수단이란 점도 같이 기억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빈곤층을 줄이고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일자리 만들기만은 아니다. 경제적 부담 능력과 상관없이 질병에서 빨리 회복되고 더 건강해질 수 있는 사회보장 정책과 프로그램들이 함께 필요하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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