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08 19:20
수정 : 2006.01.08 19:20
경찰청 ‘강제아닌 권고사항’ 불구
실제 학원선 지문날인 없인 등록못해
이호경(20·대학생)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노원구 ㄷ운전면허전문학원에서 안전교육을 받으려다 지문날인을 해야한다는 말을 듣고 수강신청을 포기했다. 학원 쪽은 “지문인식기를 통해 출석 기록이 경찰청으로 바로 전송되기 때문에 지문날인을 거부하면 수강신청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문날인은 인격권 침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주민등록증도 만들지 않았는데, 운전면허를 만들려고 지문날인을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강서구 ㅅ학원에서 만난 최아무개(20)씨는 “안전교육 뿐 아니라 나머지 교육도 모두 지문인식기로 출석을 확인한다”며 “주민등록증이나 여권처럼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굳이 지문을 찍어야 하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1월 전국 운전학원에 ‘운전학원전산관리시스템’에 따라 지문인식기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면서 출석을 지문인식기로 확인하도록 했다. 그러나 인권침해 논란이 일어나자, 경찰은 곧 “지문날인과 지문인식기를 이용한 출석 확인은 강제사항이 아니라 권고사항”이라며 물러섰다. 경찰은 “강사와 수강생이 날인하는 ‘확인서’로도 출석 확인이 가능하다”고 설명하며, “지난해 3월 학원들에 대한 일제조사 결과 지문인식기 사용 강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발표와는 달리, 지문날인 ‘강요’가 계속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지난해 4월에는 시민 43명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기도 했다. 실제 <한겨레>가 최근 서울 강서구와 구로구, 금천구 등에 있는 학원 7곳에 문의해 보니, 이들 모두 “지문날인을 하지 않는 경우 등록을 할 수 없다”고 답했다.
운전학원의 지문인식기가 출석 조작 위험에서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해 11월 실리콘으로 만든 가짜 지문으로 규정 교육시간을 채운 것처럼 속인 경기도의 한 운전학원 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이 사건 뒤 실리콘은 읽지 않는 지문인식기를 설치하도록 했지만, 또 다른 조작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찰청 면허과 관계자는 “지문날인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따로 확인서를 발급받도록 하고 있고, 위반하는 학원은 영업정지 같은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강사들이 수강생들 도장을 갖고 있다가 가짜로 확인서에 출석도장을 찍으면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확인서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내비쳤다.
박김형준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지문날인을 한다고 해서 대리출석 같은 부정행위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경찰이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문제”라며 “개인의 생체정보를 사실상 강제로 제공해야 하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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