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26 16:10
수정 : 2005.12.26 16:10
세계인권기준과 격차 해소…국제적 위상 제고
인권 변호사 출신의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제시한 `2006년 인권비전'은 법무부의 본질이 인권옹호에 있음을 강조하고 세부 실천계획을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범죄발생 후 수사와 행형, 교정 등을 기계적으로 진행했다면 앞으로는 사랑의 온기를 느끼게 해주는 수사와 교정, 피해자 지원을 통해 범죄율을 줄이는, `인간의 얼굴을 가진' 법무행정을 펴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 `인권과'를 `인권국'으로 확대 = 인권비전을 보면 우선 내년 4월 중 법무부 인권과를 인권국으로 확대함으로써 인권위원회의 감시나 권고 이전부터 인권침해 요소를 자체 통제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인권정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정부내 NGO' 성격이 강한 인권위가 미래지향적인 권고안을 낸다면 법무부는 현실적 여건을 감안해 실제 집행 가능한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함으로써 인권위와 법무부 인권국이 역할 분담을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인권국장과 인권정책과장 직위를 외부 민간전문가에게 개방하는 한편, 4급 이상 공무원들은 수용자와 장애인들이 어떤 불편을 겪는지 체험을 통해 배우게 함으로써 타성에 젖은 관료사회에 충격을 주는 요법도 병행키로 했다. 천 장관은 "법무부 관료들이 `내가 누구보다 인권에 대해 잘 아는데 무슨 교육을 받느냐'고 생각한다면 잘못된 것"이라며 "국내 인권단체 및 NGO와 정기교류를 통해 모든 법무행정을 국민의 시각에서 바라보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 수용자 교화와 재사회화에 중점 = `죄를 지은 사람은 감옥에서 고생을 해야 한다'는 시각을 `죄를 지은 사람이 다시 죄를 짓지 않도록 교화하고 사회에 적응하게 한다'는 시각으로 바꾸는 것이 수용자 인권보호 개선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교도소에서 사용하는 수갑ㆍ포승ㆍ안면보호구ㆍ사슬 등 4가지 계구 중 사슬을 의료용 보호장비로 대체해 계구에 의한 인권침해를 줄이는 한편 수용자에게 정기건강검진과 건강보험을 지원하고 집필사전허가제는 폐지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현재 획일적이고 과밀한 수용시설을 엄중경비ㆍ일반경비ㆍ완화경비ㆍ개방 등 4단계로 구분해 수형자 처우를 차등ㆍ단계화하고 개인별로 `맞춤형 교화 프로그램'을 실시함으로써 재범률을 낮추는 데 힘을 쏟기로 했다.
우발적 범죄자, 보복 범죄자, 사회불만이 많은 사람, 동일전과가 많은 사람, 해체가정 출신 등 개인 특성에 맞게 교화 프로그램을 달리 적용하고 여주에 추진중인 아가페 민영교도소와 함께 회복적ㆍ문화적 교정프로그램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교도소 문을 나서는 순간 사회부적응자로 전락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갱생보호공단 지원을 강화하고 저소득 출소자중 자립의지가 강한 사람에게는 2년간 임대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등 지원대책도 마련키로 했다. 천 장관은 "수형자의 재범률을 계량화해 법무부가 올해는 재범률을 얼마 수준으로 낮춘다는 구체적인 정책 목표도 제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국제인권기준과 격차 줄이기 = 국제인권규약에 추가로 가입하고 그동안 유보해뒀던 인권조항들도 적극적으로 수용해 국제인권기준과 격차를 줄이고 우리나라 인권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고문방지협약과 여성차별철폐협약 선택의정서에는 가입하지 않았고 시민적ㆍ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과 아동권리협약 등은 현실적 여건을 이유로 일부조항을 유보해뒀다. 법무부는 내년 3월 제네바에서 열리는 62차 유엔인권위원회에 천정배 장관이 정부대표로 참석해 이 같은 우리 정부의 의지를 천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 체류외국인ㆍ난민 인권 강화 = 매년 급증하는 외국인 범죄에 대해서도 처벌보다 교화 쪽에 무게를 둔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 불법체류자가 산재ㆍ임금체불ㆍ형사피해를 당하면 처벌부터 하던 것과 달리 `선 구제 후 통보'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불법체류 때문에 현실적 불이익과 형사처벌을 모두 당하는 사례가 없게 하겠다는 것이다.
외국인 관련 시민단체와 정부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외국인 인권보호 및 권익증진 협의회'를 설치해 민간과 정부위원 비율을 1대1로 구성하고 변호사ㆍ교수ㆍ종교인ㆍ시민단체 등 외국인 인권에 관심이 많은 인사들을 적극 참여시키기로 했다. 신설되는 국적ㆍ난민과가 난민업무를 전담해 난민 신청자에게 취업자격을 주고 난민구호시설을 설치해 숙식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은 출입국관리법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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