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22 04:59
수정 : 2019.07.2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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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 ㅅ요양원 뒤편 전경. 지난달 7일 이 요양원 5층에서 치매노인 박아무개(68)씨가 창문 밖으로 떨어져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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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노인 추락’ 요양원 안전 구멍
고층에 많은 요양원…노인들, 화재·추락사고 위험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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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 ㅅ요양원 뒤편 전경. 지난달 7일 이 요양원 5층에서 치매노인 박아무개(68)씨가 창문 밖으로 떨어져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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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무개(45)씨는 지난 5월21일 어머니 박아무개(68)씨를 경기도 광주에 있는 ㅅ요양원에 입소시켰다. 어머니와 함께 살던 아버지가 폐암으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치매가 있는 어머니만 혼자 두기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입소 18일째 되던 지난달 7일 오전 11시6분께, 박씨는 ㅅ요양원 5층 창문에서 추락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도중 숨졌다.
최근 요양원 등 장기요양기관에서 노인들의 추락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9일에는 경기도 양주시 광사동의 한 요양병원 6층 병실에서 열린 창문 사이로 66살 노인이 떨어져 숨졌다. 이튿날인 지난달 10일에도 경기도 양주시 백석읍의 5층 규모 요양원에서 66살 노인이 추락해 숨졌다. 나흘 사이 경기도 인근에서 노인 3명이 추락사한 것이다. 장기요양기관은 운영 비용 등의 문제로 상가 빌딩 고층에 설치되는 경우가 많아, 추락 사고나 화재 등과 관련한 안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은 박씨가 추락사한 ㅅ요양원이 ‘방임에 의한 학대’를 저질렀음을 인정했다. 근거는 크게 네 가지였다. 첫째, 요양원이 6월2일부터 박씨가 생활실 창문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을 인지하고 창문에 부목을 댔다는 점이다. 둘째, 박씨가 평소 “뛰어내리겠다”는 말을 했던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요양원에서 박씨의 투신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셋째는 창문이 너비 29㎝까지 열릴 수 있는데 안전설비를 갖추지 않았던 점이고, 넷째는 창문 밑에 있는 침대를 통해 창문에 접근할 수 있도록 방치한 점이다. 이에 김씨는 ㅅ요양원 대표와 시설장 등 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와 노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고층에 위치한 요양원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지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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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가 떨어진 경기도 광주의 ㅅ요양원 5층 504호 창문. 요양원은 “광주시에서 정한 29㎝ 개폐 기준을 지켰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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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요양원은 일부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ㅅ요양원 관계자는 “박씨가 입소한 초기 ‘창문으로 뛰어내리겠다’고 말한 적이 있지만, 이후 자살이 예측될 만한 말이나 행동은 없었다”며 “박씨에게 우울증이 있다는 사실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너비 29㎝만 창문이 열리도록 안전장치를 설치하는 등 ‘요양원 허가’에 필요한 기준도 모두 지켰다”고 설명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요양원 허가를 내줄 때 현장에서 안전한지 정도는 공무원 재량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너비 29㎝만 열리게 설치한 ㅅ요양원의 창문도 광주시 공무원이 자까지 가져와 “너비 30㎝를 넘으면 안 된다”고 해서라는 게 요양원 쪽 주장이다.
중간에 낀 광주시 공무원들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광주시는 경기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의 판단을 근거로 요양원에 대한 업무정지나 개선명령 등 행정처분을 결정해야 한다. 광주시 관계자는 “ㅅ요양원이 창문 규정이나 요양보호사 인력 배치 기준 등 법적 기준을 지키지 않은 부분은 없다”며 “노인복지법 지침이 구체적이지 않아 현장에서 어려운 점이 많다”고 토로했다.
결국 요양원 설립과 관련해 안전기준이 미비한 점이 근원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요양시설 설치기준을 명시해둔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을 보면, 창문에 대한 기준은 ‘침실 바닥 면적의 7분의 1 이상을 창으로 해 직접 바깥 공기에 접하도록 하고, 개폐가 가능해야 한다’는 규정뿐이다. 안전 규정이라기보다는 채광 등 주거 환경을 위한 규정이다. 고층에 있는 요양원의 추락 관련 안전장치는 어떻게 설치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기준은 없다.
이 때문에 아예 요양원 같은 장기요양기관은 저층에 짓도록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인천의 노인요양시설 20곳을 조사한 결과, 13곳이 고층건물 일부 층에 설치되어 있었고, 단독건물에 설치된 시설은 7곳뿐이었다. 요양원에는 주로 중증외상 환자나 치매 환자가 입소한다는 점에서 고층은 화재가 났을 때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대피하기 어렵고 추락 사고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노인복지법에는 치매 전담형 노인요양 공동생활가정(9인 이하)만 1층에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다른 설치기준은 없다. 반면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제9조 1항의 어린이집 설치기준을 보면, 어린이집은 1층에 설치해야 하고, 직장어린이집 등 일부 예외의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5층 이하 건물에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산후조리원 가운데 임산부·영유아실은 1층에 설치하게 되어 있다”며 “지금부터 신설되는 장기요양기관이라도 창문이나 층수 제한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치매 노인이 나가서 실종되거나 생각하지 못한 추락 사고가 발생하는 등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운영해온 지난 10년 동안 발생한 문제들의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다”며 “총점검을 해서 시설 기준을 강화할 부분은 강화하고 개선할 부분은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사진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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