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복지 |
“‘아버지 성 따라야’ 조항은 헌법불합치” |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주선회 재판관)는 22일 민법 제781조 제1항 중 자녀가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라야 한다고 규정한 부분에 대해 재판관 7대 1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이 조항을 위헌이라고 판단했지만 올 3월 국회에서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개정법 시행일인 2008년 1월 1일까지의 법적 공백을 막기 위해 이 조항을 한시적으로 유지하도록 한 것이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아버지가 사망했거나 어머니에게 친권이 있는 자녀, 입양됐거나 재혼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자녀 등에게 본인 의사와 달리 `생물학적 아버지'의 성을 강요할 경우 인격권과 가족생활을 침해하게 된다"며 "이런 예외 상황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는 이 조항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버지의 성을 따라야 하는 `부성주의' 자체에 대해서는 "규범 이전에 생활양식으로 존재해 왔고 성이 가족의 범위나 재산상속 등 개인의 권리ㆍ의무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개인의 존엄을 해칠 만큼 위헌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송인준ㆍ전효숙 재판관은 헌법불합치 결정에 동의하면서도 "국가가 일방적으로 아버지 성을 강요하는 부성주의는 오늘날 생활양식에 비춰 더 이상 정당화 될 수 없고 양성평등의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별도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권성 재판관은 "부성주의는 어머니에 비해 약해지기 쉬운 아버지와 자녀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가족 통합을 보장하는 기능을 갖고 있으므로 그 가치가 여전하다"며 "입양됐거나 재혼 가정 자녀의 경우, 사회적 편견이 문제이지 친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것 자체가 불이익의 원인은 아니다"며 합헌의견을 냈다.
한편 조대현 재판관은 이번 사건을 자신이 과거 소속돼 있었던 법무법인이 대리했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법 24조에 따라 회피해 심리에 참여하지 않았다.
서울지법 북부지원은 2001년 4월 편모 슬하에서 자라던 곽모(14)군과 곽모(12)양이 어머니의 재혼으로 새아버지의 성을 따르게 되자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르고…'라는 구 민법 조항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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