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14 15:07
수정 : 2019.01.14 18:11
아동 1천명당 학대 발견율 현재 2% 수준
미국·호주 등은 8~9%대...“잠재적 아동학대 많을 것”
15일부터 복지부에 ‘아동학대대응과’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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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문화방송 드라마 ’붉은달 푸른해’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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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1일, 경기도 의정부에 사는 4살 ㄱ양이 화장실에서 4시간가량 벌을 서다가 숨졌다. ㄱ양의 머리에서는 피멍이 발견됐다. 아동학대가 의심됐다. 의정부 경찰서는 ㄱ양의 어머니를 아동학대 치사 등의 혐의로 지난 3일 구속했다. ㄱ양 삼남매는 2017년에도 아동학대 정황이 확인되어, 부모와 분리돼 아동보호시설에 입소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집에 돌아간 뒤에도 학대는 계속됐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가정방문과 상담을 진행했지만, 학대를 막지 못했다.
지난해 ㄱ양처럼 학대 받아 숨진 아동은 최소 25명에 이른다. 2017년 38명, 2016년 36명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정확한 수치는 올 9월 최종 집계되기 때문에 앞으로 숫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14일 보건복지부는 아동학대 문제를 전담하는 ‘아동학대 대응과’를 신설한다고 밝히면서 이같은 통계치를 내놨다. 최종적으로 아동학대라고 판단된 건수도 지난해 2만3131건으로 잠정 집계됐다. 2015년 1만2715건, 2016년 1만8700건, 2017년 2만2367건 등 아동학대 최종 판단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아동인구 1천명당 아동학대 판단건수를 뜻하는 ‘아동학대 발견율’은 지난해에도 2.74%에 불과했다. 2014년 1.1%에 불과했던 아동학대 발견율은 2015년 1.32%, 2016년 2.15%, 2017년 2.64%로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가에 견주면 낮은 수준이다. 미국의 아동학대 발견율은 9.4%, 호주는 8%에 이른다. 보건복지부 아동권리과 관계자는 “잠재적인 아동학대가 많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신고율이나 발견율이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2022년까지 아동학대 발견율을 4%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아동학대 관련해 목표치를 제시한 것은 처음이다.
아동학대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정부는 15일부터 보건복지부 산하에 ‘아동학대 대응과’를 신설하고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경찰청 등에서 파견받은 인력 등 모두 10명을 배치했다. 신설된 아동학대 대응과에서는 아동학대 유관기관, 지자체와 협력체계를 구축해 상시적으로 아동학대 예방활동을 벌이고, 중대한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에는 수사 과정부터 관리·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이날 복지부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2017년 아동학대로 판단된 2만2367건 가운데 76.8%(1만7177건)의 가해자가 ‘부모’였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 교직원 등 ‘대리 양육자’가 아동학대를 저지른 경우는 14.9%(3343건), 친인척은 4.8%(1067건)였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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