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5.04 05:01
수정 : 2018.05.0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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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 캉가스 핀란드 사회보장국(KELA)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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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올리 캉가스 단독 인터뷰
“애초 계획대로 올해까지 진행중
효과 분석은 내년말께 나오는데
추가실험 않기로 한 결정만 봐”
보수언론 “실패” 단정 보도 반박
전문가 “기본소득 공감대 넓어
큰 차원 패러다임 변화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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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 캉가스 핀란드 사회보장국(KELA)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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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정부가 세계 최초로 정부 차원에서 진행한 기본소득 실험이 실패로 끝났다는 국내외 보도와 관련해, 이 제도의 설계·시행을 담당하는 핀란드 사회보장국(KELA)의 올리 캉가스 국장(정부 및 지역사회 담당 이사)은 3일 “거짓 뉴스”라고 말했다. 실험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게 캉가스 국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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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가스 국장은 이날 <한겨레>와의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이번 기본소득 실험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지적할 부분은 아직 없다”며 “(영국) <비비시>(BBC)나 러시아 언론들이 마치 실험의 결과를 알고 있는 것처럼 보도했는데, 우리도 아직 결과를 얻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또 그는 “그런 뉴스가 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비비시나 <텔레그래프>, 이들 매체를 인용한 국내 일부 언론 등이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이 실패했다’는 보도를 앞다퉈 내놓는 가운데 이 실험을 직접 설계한 당사자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지난해 1월 시작된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은 정부가 장기 실업자(25~58살) 2천명을 무작위로 선발해 조건 없이 매달 560유로(72만여원)를 지급하는 내용이다. 지급 대상자의 구직행태 변화를 확인하는 것이 실험의 주된 목적이며, 올해 12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실험을 주도하는 사회복지국은 1937년 설립된 정부 기관으로, 아동수당과 실업급여 등 각종 복지제도를 담당한다. 전 세계에서 여러 유형의 기본소득 제도를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핀란드는 정부 차원에서 이를 진행하기로 해 큰 관심을 모았다.
캉가스 국장이 건넨 핀란드 사회복지국 자료에는 “기본소득 실험은 지금도 진행 중이며, 그 결과는 내년 말 이전에는 나올 수 없다”고 나온다. 또 “기본소득 지급 대상자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진행 중인 실험의 영향은 결코 평가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설명도 있다. 결국 현시점에서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의 결과를 언급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최영준 연세대 교수(행정학)는 “100년 전 처음 복지국가 개념이 제시됐을 때에도 혼란이 많았다. 현재의 복지국가 체제로는 한계가 있다는 데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고, 좌파뿐 아니라 기술혁명 주창자들까지도 앞으로 기본소득 없이는 힘들다고 얘기하는 만큼, 당장 ‘실패다, 아니다’라는 접근보다 큰 차원의 패러다임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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