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2.19 11:16
수정 : 2018.02.1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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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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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공연계 ‘#미투’ 고발·‘#위드유’ 연대글 이어져
‘연극인회의’ 꾸려 대책 마련 “피해자 구제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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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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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성폭력 혐의 폭로를 시작으로 연극·공연계 ‘#미투’ 폭로가 이어지면서 가해자 개인의 사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은 19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들에게 공개 사과하며 “법적 책임을 포함해 그 어떤 벌도 받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윤택에 성폭행도 당했다”…피해 배우 “윤택한 패거리” 폭로)
19일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윤택 감독을 처벌하거나 조사해달라는 청원글이 7개 가량 올라온 상황이다. 가장 많은 서명을 받은 글은 17일 올라온
“연극인 이윤택씨의 상습 성폭행, 성폭력 피의사실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조사를 촉구한다”는 글이다. 이 글은 이틀만에 2만개 넘는 서명을 받았다.
해당 청원글 게시자는 △이윤택 감독의 상습 성폭행·성폭력 피의사실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조사, 구속수사 △이윤택 감독과 관련된 연극단체(극단 연희단거리패, 극장30스튜디오, 밀양연극촌, 우리극연구소, 부산 가마골소극장) 일체에 대해 피의사건 가해자 및 방조, 방임, 공조와 공모 등 관련 책임자에 대한 전수조사와 수사 △가해자 및 관련 책임자에 대한 응당한 처벌과 피해자에 대한 손배상 등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윤택 감독은) 자연인으로 돌아가겠다(고) 숨어버릴 게아니라 앞에 나서서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그에 응당한 책임, 조사, 처벌, 배상을 지셔야 하는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또
“이 사건이 한 번의 이벤트로 소용(이용)된 채 덮여지고 잊어버리는 해프닝이 아니라 어쩌면 이미 연극계 전체에 만연해있을지도 모를, 예술이란 미명, 폭력적 위계 아래 자행되어 왔던 부조리와 불합리를 찾아 밝혀내고 끊임없는 반성과 성찰의 계기가 되는 신호탄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소망한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연극·공연계 ‘#미투’ 움직임은 개인 에스엔에스(SNS)와 디시인사이드 ‘연극·뮤지컬갤러리’, 페이스북 ‘대나무숲’ 페이지 등을 중심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들은 성추행·성폭행 등이 연극계에 전반에 퍼진 문제라는 것, 가해자들은 오랜 시간동안 업계 내 ‘권력자’로 군림했었다는 것 등을 꼬집었다.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다”, ”언제든 옆에서 연대하겠다”,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꿈꾼다”며 ‘#위드유’(#withyou) 해시태그를 적어 인증하는 글도, “피해자의 아픔에 대해 침묵하고 방조하며 2차 가해를 했다”고 사과하는 글도 올라왔다.
연극계에서는 일부 인사들이 모여 ‘연극인회의’(가칭)를 꾸려 피해자 구제, 가해자 처벌, 대책 마련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연극인회의’에 참석하는 한 연극계 인사는 “피해자들이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그들이 원하는 대책을 강구하는 등 피해자구제에 우선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위계에 의한 성폭력 문제가 공론화돼야 한다. 담론이 형성돼 연극계 내에서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위계적인 인식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을 많이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문화예술계 단체들이 모인) ’적폐청산과 문화민주주의를 위한 문화예술대책위원회’ 차원에서 갑질과 위계에 의한 성폭력 등을 담당하는 기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민간단체로선 재원이나 공간 등 한계가 있다”며 “문화체육관광부나 예술인복지재단 등 공적기관에 관련 기구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각 업계 차원의 대책을 넘어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 차원의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영화계에선 여성영화인협회가 지난해부터 노력해 만든 성평등센터가 3월 1일 문을 열 예정이다”며 “영화나 연극은 ‘조직’ 단위로 움직이니까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대책이 마련되지만 문제는 사진, 문학, 미술계 등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업계”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언제까지 피해자들이 맞고소 위험을 무릅쓰고 폭로해야 하나”라고 꼬집으며 “문체부, 여가부가 이런 상황을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선 안된다. 법이나 제도가 미흡하면 재개정을 추구하고, 각 부처가 협조해서 제도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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