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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1.17 18:49 수정 : 2018.01.18 09:10

폐지 줍는 노인.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폐지 줍는 노인’ 첫 실태조사 목적

폐지 줍는 노인.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정부가 ‘폐지 줍는 노인’에 대한 첫 전국 단위 실태조사에 나서게 된 것은 이들의 규모와 폐지를 줍는 이유 등에 관한 구체적 정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복지 사각지대에 내몰린 탓에 여러 위험에도 좁은 골목길 곳곳을 찾아다니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마저도 추정에 가깝다.

실제 지난 8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 도로에선 폐지가 담긴 손수레를 끌던 70대 여성이 지나던 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벌어졌다. 지난해 10월엔 인천 서구 불로동 한 도로에서 새벽 시간대에 폐지를 보행기에 담아 끌고 가던 79살 여성이 뒤에서 달려오던 택시에 치여 숨졌다. 같은해 7월엔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날 폐지를 손수레에 싣고 가던 충북 청주시 70대 여성이 열사병으로 숨지는 일도 있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최근 폐지 줍는 노인들을 위한 시민단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시세보다 비싸게 폐지를 구입해 예술품을 만들어 판 수익금으로 빈곤노인을 돕거나, 손수레에 광고판을 달아 폐지 노인이 광고수익을 얻게 해주는 등의 일을 하는 청년단체들이 지난해 12월 ‘폐지넷’(폐지 수집 노인 문제 해결을 위한 네트워크)을 결성했다. 이들은 폐지 수집 노인들이 처한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공동의 활동을 벌여가기로 했다. 관심이 모아지지만 폐지 줍는 노인들은 여전히 복지와 안전의 사각지대에 있다.

많은 노인이 위험을 무릅쓰고 폐지를 찾는 주된 이유는 낮은 소득 탓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서울시가 폐지 줍는 노인 2417명을 전수조사(한달간 25개 자치구 재활용품 수집업체 방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대다수(82.3%)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폐지를 수집한다”고 대답했다. 폐지를 모아 버는 돈은 월 5만원 미만(28.8%)에 그쳤고, 식비(34.3%)와 의료비(30.8%)에 많이 쓰였다. 또한 폐지 줍는 노인 세명 가운데 한명(35.2%)은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차상위계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비율이 남성의 두배였으며, 연령별로는 81살 이상 노인(39.4%)이 가장 많았다. 폐지 줍는 노인의 절반가량은 홀몸노인이었다.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는 “그동안 폐지 줍는 노인 관련 정책은 임시방편 수준에 불과했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빨리 폐지하고 보장 수준을 높이는 등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많은 노인이 폐지를 줍는 이유를 ‘노인 빈곤’에서만 찾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폐지 줍는 노인 실태를 연구해온 소준철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원은 “흔히 가난한 노인이 폐지나 재활용품을 수집할 거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소일거리나 경로당 공동수입을 위해 폐지를 줍는 노인도 많다”며 “폐지 줍는 노인이 모두 가난하지는 않은 만큼 무작정 빈곤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을 내놓기보다 먼저 정확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의 2017년 말 주민등록현황을 보면 국내 등록인구 5177만8544명 가운데 65살 이상 노인은 735만6106명으로 전체 인구의 14.2%를 차지해 국제연합(UN)이 규정한 고령사회 기준(14%)을 넘겼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2016년 46.5%에 이른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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