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The) 친절한 기자들]
‘3인가구 723만원=상위 10% 기준’ 논쟁하며 분열 조장
선별적 복지 운용 비용 보편적 복지보다 더 비싸다 지적도
청와대엔 벌써 “보편복지 실현해달라” 청원 줄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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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수업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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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새벽 2018년도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아이를 둔 가정의 관심 예산은 신설되는
아동수당이었죠.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대선 공약이었던 ‘
만 5살 이하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아동수당이 정부안대로 통과될지가 관건이었습니다.
“2인가구 기준
소득수준 90% 이하의 만 0살~만5살까지의 아동을 대상으로, 2018년 9월부터 월 10만원을 신규 지급한다.”
안타깝게도 아동수당은 원안대로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모든 아동이 아니라 소득 상위 10% 가정의 아동에겐 아동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원안보다 축소 통과된 것입니다.
‘금수저에게까지 아동수당을 줄 수 없다’는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결과입니다. (
▶기사 바로가기: 아동수당 ‘보편복지’서 후퇴…기초연금 내년 9월로 미뤄) 보수 정당의 요구로 후퇴한 아동수당, 과연 어떤 문제들을 안고 있을까요?
■ 우리 가정은 소득 10%인가 아닌가
우선 보편 복지에서 선별 복지로 후퇴한 아동수당이 제도적으로 어떻게 책정되는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아동 수당 수급 당락을 가를 소득 수준 상위 10% 기준은 어떻게 결정될까요? 보건복지부는 ‘
평균소득과 재산을 반영한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아동수당 지급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소득인정액이란 뭘까요?
※소득인정액
소득과 소유하고 있는 재산을 일정한 비율로 환산한 금액. 근로소득 등 실제 월소득에 집이나 자동차 등 재산 환산액을 더하고 각종 공제액을 제외해서 계산한다. 즉,
월소득평가액(실제소득)+재산의 월소득환산액-각종 공제액. 현재 이 수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기초노령연금제도, 한부모 가정 지원 등에서 수급 기준으로 이용되고 있다.
-박문각 <시사상식사전>
정리하면, 월소득과 재산상태를 모두 종합해 상위 10%를 잘라낸다는 겁니다. 언론들은 지금까지의 통계를 이용해 상위 10% 커트라인 추정치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10분위 즉 상위 10%의 월소득 경계값은
세전 기준으로 △2인 가구 559만원 △3인 가구 723만원 △4인 가구 887만원 △5인 가구 1052만원 입니다.
이 경계값을 기준으로 부동산 등의 자산을 고려해 수급 대상이 결정되겠지요. 예를 들어, 3인 가구의 경우 평균 723만원보다 적은 월소득을 가지고 있더라도, 부동산 등 자산이 많으면 아동수당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물론 저 커트라인은 확정액이 아닙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소득인정액으로 10%를 자를지 여부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예산안 취지를 반영하면,
주식부자·부동산 부자 등이 많은 만큼 재산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실무진의 판단으로는 소득인정액 기준으로 90%를 선정할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지금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559만~1052만원 기준 역시 2016년 가계 동향 조사로 소득만 반영된 것이라 한계점이 많아 정확한 가늠자가 될 수 없다”며 “연구용역을 거쳐봐야 정확한 자료가 나올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 “선별 복지로 서로 싸우게 만드는 게 목적이냐”
선별 복지의 문제점은 여기서부터 발생합니다. 우선 복지 혜택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하게 됩니다. 이런 반응은 소득수준 상위 10% 경계 인근에 있는 맞벌이 가정에서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습니다. 육아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맞벌이 부부에게 역차별이다’라는 취지의 글까지 올라옵니다. 글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맞벌이 부부입니다. 저희 돈 1억에 대출 1억5000짜리 집에 살고 있는 상황이에요. 남편이랑 저 둘 다
대기업 대리로 근무중이어서 연봉은 합치면 1억2000만원 정도이고요. 이런 상황에 저희 부부가 상위 10%라 제외된다는 게 어이가 없습니다.
남편은 주 6일, 하루 12시간 근무합니다. 물론 실제 퇴근은 더 늦습니다. 저도 8시 출근에 빠르면 7시 퇴근, 주3일은 밤 11시에 퇴근합니다. 격주 주말에도 출근하고요. 남편은 학자금 대출도 남았습니다.
잘 살아보겠다고 아등바등 공부해서 좋은 대학가고, 대기업 취직해 노예처럼 살아가고 있는데, 돌아오는 거라곤 고소득자라 복지에서 제외된다는 소리 뿐이에요. 집 구할 때 디딤돌전세대출, 신혼부부특별공급, 임대주택도 안된다더니… 이제 아동수당도 받지 못한다네요
-누리꾼 포****림
당장 벌어들이는 월 소득은 높지만, 그 소득은 대체로 일상을 포기한 격한 노동의 대가로 얻어지는 것이고, 주거 비용 등으로 높은 소득을 체감하기조차 힘든 이들의 불만입니다. 이런 불만이 저소득층이나 불안정 노동자들에게는 사치스럽게 보일 수 있지만, 문제는 이런 불만이 쌓일 경우 복지 정책에 대한 여론도 악화할 수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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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누리집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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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누리집에 올라온 ‘아동수당을 공약대로 이행해 달라’는 청원에도 그런 분위기가 담겨 있습니다.
(▶청원 바로가기) 청원에 동의한다는 글에는 “저희가 소득으로는 남들보다 많이 번다는 것 알고 있다. 하지만 전세자금 대출과 아이들 봐주는 이모님 비용, 시댁과 친정에 보내는 생활비 등을 빼면 한달에 남는 돈은 200만원 남짓”이라며 “세금은 정직하게 많이 내고 있는데 정작 국가에서 주는 지원에서 배제된다고 하니 세금 내는 게 누굴 위한 것인지 하는 회의가 든다. 이 정책이 진정 저출산 방지를 위한 것이라면 이러한 선택적 복지는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선별적 복지로 복지를 누릴 수 있는 대상자가 분리되면서 여론이 분열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누리꾼 ‘그린***’은 “부모들은 재산내역 서류 준비해야 하고, 기준 정하는데 돈이 더 든다고 한다”며 “10%로 기준을 자르면서 애 가진 부모들끼리만 서로 싸우게 만들었다. 야당은 여론 분열시키는 게 목적이냐”고 꼬집었습니다.
■ “선별 복지가 운용 비용 더 든다”는 지적도
더 근원적으로는 선별적 복지 제도를 운용하는 데 소모되는 선별 비용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우선 소득인정액을 토대로 수급기준을 정하는 연구 용역에만 1억원이 투입됩니다. 이 기준이 나온다 하더라도 민원은 아마 계속될 겁니다. 해마다 대상에 새로 포함되거나 제외되는 이들이 나올테니까요.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 원장은 “소득기준 89%나 91%인 가구는 계속 왔다갔다 할 수 있다. 3살 때 받다가 4살 때 못받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이런 민원 제기까지 생각하면 예산 절감액보다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보편적 복지가 아니라 선별적 복지를 할 경우 운영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갈 수 있다는 지적인 겁니다.
부모들 사이에는 지난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로 추정한 3인 가구 상위 10%의 월소득 경계값인 ‘세전 723만원’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누리꾼 ‘뭔*’은 “세전 723만원이면 세후 500만원대일 거 같은데, 맞벌이의 경우 500만원 이상 버는 가구 많지 않나요? 제 주변에만 상위 10%가 널린 건가요. 도무지 체감이 되지 않습니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물론 월 500만원 이상이면 고소득자라는 반박도 있습니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지요. 즉, 이런 갑론을박을 고스란히 복지 제도 운영 주체인 정부가 해명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겁니다. 이것 역시 비용 부담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들은 논평을 내고 보편적 복지를 훼손시킨 자유한국당 등에 대해 비판합니다. 참여연대는 “복지에서 보편주의 원칙은 국민을 편가르지 말고 모두가 능력에 따라 세금을 내고 모두가 혜택을 받는 보편복지를 실현하라는 것”이라며
“상위 10%를 제외하기 위해 불필요한 관료적 절차를 거치고 비용을 지불하느니 모든 가정에게 아동수당을 주고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걷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습니다.
■ 아동수당 대신 국공립유치원 확충으로?
이런 논란 때문에 아동수당 신설을 환영하면서도, 그 비용을 국공립유치원 확충 등에 사용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통과된 예산안을 보면 아동수당 예산은 7000억원 가량입니다. 반면 국공립유치원 확충 예산은 아동수당 예산의 10% 가량인 710억여원이죠.
전국의 국공립 유치원 비율은 52.6%입니다. 하지만 서울은 24.1%에 불과합니다. 국공립 어린이집 역시 지난해 말 기준 전국 2859곳이 운영 중인데, 이용 아동 비율은 12.1%로 민간 어린이집의 51.4%에 견줘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결국 육아 관련 복지를 제대로 실현하려면 아동수당보다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국공립화로 보육 공공성 확충에 더 정책 비중을 뒀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인 겁니다.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인 장하나 전 의원은 SBS 라디오 <김성준의 시사전망대>에서 “월 10만원은 당장쓰면 달갑고 유용한 돈이긴 한데, 과연 (애초 아동수당 원안 예산으로 책정됐던) 1조1000억원을 이렇게 밖에 쓸 수 없나 싶다”며 “1조1000억원의 재원을 유아보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국공립 유치원 확충에 썼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장 전 의원은 “올해의 국공립 어린이집 예산 710억원으로는 ‘임기 내 국공립 유치원의 비율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지킬 수 없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관련기사: 월 10만원 아동수당은 차라리 거부하고 싶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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