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07 23:30
수정 : 2005.11.07 23:37
인권위, 대법에 신속진행 권고키로
법정기간 초과 많아
법정 재판기간을 넘겨서도 확정판결이 나지 않아 소송 당사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 것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대법원에 신속한 재판 진행을 촉구하는 정책권고를 할 예정이다.
인권위원회는 7일 “재판 계류기간이 너무 길다는 진정이 제기되는 등, 신속한 재판 진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 이를 검토 중”이라며 “전원위원회 등을 거쳐 내년 1월께 신속한 재판 진행을 촉구하는 권고를 대법원에 대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달 대법원 소속 판사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가한 간담회를 열어 재판의 신속한 진행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인권위에 따르면, 6월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민사사건 2502건 가운데 981건, 형사사건 3122건 중 1831건이 법정기간을 초과해 선고가 내려지지 않고 있다. 관련 법률은 민사소송은 대법원에 상고된 지 5개월, 형사소송은 4개월 안에 선고를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이 규정은 강제규정이 아니라 꼭 지키지 않아도 되는 임의규정”이라며 재판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법정 재판기간을 어기기 일쑤였다. 이에 따라 재판을 통해 권리 구제를 받으려는 당사자들의 불만이 계속됐고, 신속한 권리 구제가 요구되는 사건에 있어서는 ‘승소하더라도 재판을 안한 것만 못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해고무효 소송을 냈던 현대미포조선 해고노동자 김석진(44)씨는 지난해 12월 “상고한 지 2년9개월이 지나도록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은 법이 정한 선고기간을 법원이 어긴 것”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김씨는 해고무효 소송을 낸 지 5년5개월, 재판이 상고심으로 올라간 지 3년4개월여 만인 올 7월에야 부당해고라는 확정판결을 받아 현재 복직한 상태다.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재판이 마냥 길어지면 국민들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며 “상고심뿐만 아니라 1심과 항소심에서의 법정 선고기간 초과에 대해서도 권고를 내리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를 하면 해당 기관은 권고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강제 이행의무는 없다. 다만 권고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그 이유를 위원회에 문서로 설명해야 한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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