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0.18 10:53
수정 : 2016.10.18 11:34
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포럼’ 보고서
노인 10.1%, 최근 1년 동안 “자살 생각 해 봤다”
저소득·저학력·독거노인 불안 수준 더 높아
‘자기방임’형 학대 10년동안 10배 높아져
우리나라 노인 10명 가운데 1명은 최근 1년 동안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소득과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불안감을 더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보건복지포럼’ 9월호에 실린 보고서인 ‘노년기의 사회·심리적 불안과 정신건강’을 보면, 65살 이상 노인 가운데 10.3%는 ‘지난 1년간 자살 생각을 했다’고 응답했다. 나이대별로 구분하면 65~74살 노인은 10.1%, 75살 이상 노인은 11.4%가 ‘자살 생각을 했다’고 응답했다. 또 평소 받는 스트레스 수준에 대해서 노인의 22.5%는 ‘많이 또는 매우 많이 느낀다’고 답했고, 우울 정도에서는 10.2%가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이번 조사 결과는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한국 사회의 사회·심리적 불안 실태조사’에서 나온 노인 표본집단(총 1055명)의 응답을 추출해 분석한 것이다.
노인들이 느끼는 삶의 불안 수준은 전혀 불안하지 않은 상태를 0점, 가장 불안한 상태를 10점으로 했을 때 5.6점으로 집계됐다. 특히 소득 수준에 따라 불안 정도 차이가 컸는데, 가구의 한달 소득이 낮을수록 불안감은 커져서 200만원 미만은 5.8점으로, 600만원 이상 고소득 집단의 4점에 견줘 크게 높았다. 응답자의 70.9%가 소득이 200만원 미만인 층에 속해 노년기 인구의 상당수가 큰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학력이 낮을수록 불안감이 컸는데, 고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노인들은 5.1점이었으나 중졸 이상은 5.5점, 초졸 이상은 5.9점으로 나타났다. 독거 여부에 따른 조사에서는 혼자 사는 노인들은 6점으로 누군가와 함께 사는 노인들의 5.4점보다 높았다. 하지만 직업 유무에 따른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개인적 차원에서 불안감을 가장 크게 느끼는 요소는 신체적 건강이 6.47점으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는 노후준비(6.38점), 노화로 인한 신체·정서적 문제(5.93점), 스트레스·우울·중독과 같은 개인의 정신적 건강(5.14점) 등이었다. 사회적 차원에서 불안감을 크게 느끼는 요소로는 고위험 신종감염병(6.47점), 경기 침체 및 성장 둔화(6.41점), 안전 문제(6.04점) 등이 꼽혔다. 노인들은 평소 심리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으로 수면이나 휴식(32.5%)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 밖에 텔레비전 시청(24.8%), 산책(8.4%) 등이 있었고, ‘없다’(7.4%)는 대답도 있었다.
한편 ‘보건복지포럼’ 이번 호에는 자신을 돌보지 않고 방치하는 노인이 갈수록 늘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연구도 함께 실렸다. ‘노인학대 대응정책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보면, 노인학대 신고 건수가 해마다 늘고 있는 가운데 학대유형 중 자기방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의 노인학대 신고 및 판정사례(2005~2015년)를 보면 노인학대 신고사례 중에서 점유비율이 2005년 1%에 불과했던 자기방임은 2007년 2.1%, 2009년 2.8%, 2011년 4.1%, 2013년 6.4%, 2014년 8%, 2015년 10.1% 등으로 늘었다.
자기방임이란 ‘노인 스스로가 의식주를 제공하거나 의료 처치를 하는 등 최소한의 자기보호 행위를 의도적으로 포기하거나 비의도적으로 관리하지 않아 심신이 위험한 상황에 빠지거나 사망에 이르게 되는 행위’를 뜻한다. 말 그대로 자포자기 심정으로 자신을 방치하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성적 학대, 경제적 학대, 방임, 유기 등 다른 유형의 노인학대 비중은 매년 줄거나 정체상태에 있는 것에 견줘 자기방임은 10배로 늘어난 셈이다. 연구팀은 “다른 유형의 노인학대와 특성이 다른 자기방임 노인이 계속 증가하는 만큼, 별도의 대응방법 등 관리 지침을 만들어 노인 인권 보호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양중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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