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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0.10 11:50 수정 : 2016.10.11 10:11

8일 방송한 에스비에스 <그것이 알고 싶다>. 누리집 갈무리

<그알>보다 앞서 <한겨레>가 보도한 대구희망원 인권유린 의혹

8일 방송된 <에스비에스>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토 밤 11시10분) 1048회 ‘가려진 죽음-대구 희망원, 129명 사망의 진실’ 편이 화제입니다. 대구광역시 달성군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 잡은 희망원은 대구시가 1958년 노숙인 시설로 설립했습니다. 현재는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에서 위탁받아 35년째 운영 중이죠. 전국에서 세 번째로 크고, 보건복지부장관상과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전국 최고의 복지시설’로 불릴 만하죠? 누리집에 공개된 희망원 원장 박강수 로무알도 신부의 인사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톨릭교회의 사랑과 봉사의 정신으로 복지사업을 실천해오고 있는 희망의 공동체입니다.

희망원은 단순한 노숙인 수용시설에서 벗어나 생활인들이 보다 안락한 분위기 속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2015년부터 노숙인 재활시설과 노숙인 요양시설, 정신요양시설과 장애인 거주시설로 분리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노숙인의 보호 및 자립·자활을 돕고, 장애인의 요양보호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전직원과 15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쁨이 넘치는 희망원, 늘 기도하는 희망원, 모든 일에 감사하는 희망원이 되어 “한국 노숙인복지의 선두주자”로 나아갈 것입니다. 지켜봐 주시고 많은 격려와 사랑 부탁드립니다.

이런 곳에서 최근 2년8개월 동안 전체 수용인원의 10%에 달하는 129명이 죽었다면 믿을 수 있을까요? 심지어 시설 안에 의료시설이 갖춰져 있고 의료진이 상주하는 데도 말이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입수한 투서에는 직원들의 횡령과 일상적인 폭행, 급식 비리, 생활인 노동 착취 등이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중 대구 희망원 전경. 프로그램 갈무리
2011년 사망한 여성 서아무개(사망 당시 42살)씨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1988년 희망원에 들어온 그는 지적장애에다 몸도 불편했지만 누구보다 활발했다고 합니다. 그는 1998년부터 2011년까지 13년간 당시 희망원 부원장 자택에서 뇌성마비에 걸린 부원장 아들의 활동보조사와 가사도우미로 일했습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 따르면 서씨는 지속적으로 “일이 너무 힘들고 (부원장 집에) 가기 싫다”고 표현했다고 합니다. 서씨와 같이 생활했던 희망원 사람도 “누가 봐도 이상한 일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거부하면 불이익을 받을까봐” 싫어도 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그래서 월급은 받았느냐고요? 네, 받았습니다. 한 달에 4만원씩이요.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중 사망한 서아무개씨의 생전 의료 기록. 프로그램 갈무리
분노한 누리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뿐 아니라, 대구희망원 누리집 자유게시판, <그것이 알고 싶다> 누리집 시청자게시판 등에 잇따라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천주교가 운영하는 복지시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눈치입니다. 누리꾼들은 “천주교재단인 복지시설에서 반 인륜적인 일이 벌어져 천주교신자로써 부끄럽기 짝이 없다. 신부라는 자가 어떻게 저럴 수있나”(@ysjeo****) “말로만 하나님을 찾지, 실제 뒷모습은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기는데 하나님을 악용하고 있는 비리를 보면서, 과연 믿음이 무엇인지,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는 믿음은 거짓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jl****) “사회적 신뢰를 받고 있는 카톨릭에서 운영하는 시설을 이런 식으로 관리했다니, 신부라는 자가 인권의식이 그것밖에 안되나?”(@GT****)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겨레>는 <그것이 알고 싶다>보다 훨씬 전인 지난 8월 대구희망원 사태에 주목했습니다. 당시 토요판에서 일하던 박유리 기자가 쓴 ▶ 관련기사 : 폭행, 갈취, 강제노동… 2016년판 형제복지원인가입니다. 22년간 희망원에서 살았다는 ㄱ씨의 증언과 더불어, 직원들의 국가인권위원회 진술서 내용 등을 상세히 취재해 썼습니다.

먼저 ㄱ씨의 증언 일부입니다.

“김○○ 국장한텐 맞은 사람이 많이 있어요. 규율을 어긴 사람을 ‘신규동’에 보내요. 원래는 희망원에 새로 온 입소자들이 교육을 위해 며칠 머무는 건물이 신규동이지만 규율을 어겨도 그곳에 가야 해요. 들어가면 거기 선생님들이 한 번씩 이런 말을 한대요. ‘점심도 먹고 몸도 찌뿌둥한데 점심 먹고 몸이나 풀까?’ 신규동에 올라가서 다 ‘엎드려뻗쳐’ 시켜놓고 선생님이 조진다 카더라고요. 잘못을 저지르면 신규동 독방에 2주씩 넣어요. 지금은 없어졌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신규동이 있었어요. 화장실 가고 싶다 하면 오줌통, 요강을 신규동에 넣어줘요.”

이런 데도 끝까지 말할 수 없었던 이유도 드러납니다.

“직원들이 뭘 이야기했는데 내가 거절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면 내가 여기서 편하게 지낼 수 있을까, 미움받지 않을까 걱정이 돼요. 평생 희망원에서 살아야 할 수도 있잖아요. 봉변을 당하지나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거죠. 인지 있는 사람하고 없는 사람들을 대하는 선생들 태도도 어마어마하게 달라요. 무슨 이야기를 (바깥에) 할 수 있겠다 하면 존댓말로 대하죠. 인지가 없는 사람들한테는 안 그래요.”

2015년 5월부터 1년간 계약직 생활재활교사로 근무한 ㄴ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이렇게 진술했습니다.

“2015년 7월 또는 9월(날씨는 더웠고, 추석 명절 이전이었으며, 8월은 시몬의집(노숙인 어르신 생활관)이 목욕탕 이용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7월 또는 9월로 기억함) 수요일 오전 10시30분에 대중목욕탕 실로암 내의 탈의실 화장대 옆에서 장애인거주시설 글라라의집 생활인(‘식구’와 함께 희망원 거주자를 뜻하는 내부 표현)과 임아무개씨가 함께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생활인은 전라 상태로 검은색 짧은 커트 머리에 피부가 검고 허리가 많이 굽었으며 키는 임씨보다 작았습니다. 진술인은 생활인의 몸의 물기를 닦던 중 ‘아아아~~’ 하고 우는 듯한 큰 소리가 들려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소리 나는 정면 쪽을 보았습니다. 교사 임씨가 있었고 오른쪽에 입을 크게 벌려서 울고 있는 생활인이 있었습니다. 임씨가 왼손으로 생활인의 몸을 붙잡은 상태에서 오른 손바닥으로 생활인의 안면을 ‘짝짝짝’ 연속으로 소리 나게 3~4차례 구타하였습니다. 3회쯤 때렸을 때 울음을 멈추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뒤 대구시는 11월9일까지 대구희망원을 특별감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4일 국회에서는 대구희망원에 대한 국정감사도 열립니다.

129명의 안타까운 죽음이 있고서야 우리는 겨우 희망원이라는 이름 석 자를 알게 됐습니다. 지금이라도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박유리 기자의 ▶ 관련기사 : 폭행, 갈취, 강제노동… 2016년판 형제복지원인가를 눌러주세요.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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