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6.13 16:34
수정 : 2016.11.02 14:40
부동산 보유 반영한 새로운 노인빈곤 지표 개발 중
현재처럼 소득만으로 산출하는 것이 국제적 기준
전문가들 “엉뚱한 데 힘 빼…공적연금 강화 힘써야”
보건복지부가 한국의 노인빈곤율 통계가 현실보다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며, 새로운 노인빈곤 지표 개발에 나섰다. 정부가 실제 노인빈곤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노후소득을 늘리는 대책에 주력하는 대신, 통계 기준을 바꿔 외형적 수치를 낮추는 데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다.
13일 복지부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담당자의 말을 종합하면, 복지부는 지난 2월 보사연에 ‘한국의 노인빈곤실태 분석 및 소득보장 방안’을 주제로 한 연구용역을 맡겼다. 이 연구용역의 핵심 과제는 ‘기존 노인빈곤율 지표 외에 노인의 소득 및 재산 보유 현황 등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반영해 노인빈곤 실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지표 개발’이다.
현재 노인빈곤율 통계(상대빈곤율 기준)는 오이시디 기준에 따른 것으로, 65살 이상 노인가구 중에서 소득이 중위소득의 50%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의 비율이다. 소득에는 국민연금·기초연금 등 공적연금과 개인이 자발적으로 가입한 사적연금, 일을 해서 번 돈인 근로소득, 저축상품의 이자를 비롯한 금융소득 등이 포함된다. 오이시디 자료를 보면,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9.6%로 비교 대상 34개국(국가별로 2012년 혹은 가장 최근치 기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오이시디 평균(12.4%)의 4배에 이른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을 보유한 노인이 많기 때문에 오이시디처럼 현금소득만을 기준으로 하면 빈곤율이 실제보다 더 높게 나온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주택 등 자산이 가구소득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대안적 지표 개발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지난해에도 국회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에 노인빈곤율이 현실과 괴리된다는 내용을 보고한 바 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된 특위에서 노인빈곤 지표부터 문제 삼은 것이다. 당시 복지부는 보사연 쪽에 이미 관련 분석을 의뢰했으나, 주택을 반영하더라도 빈곤율이 별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분석 결과를 보고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보사연 고위 간부는 <한겨레>에 “지난해 정부 요청으로 노인가구가 보유한 부동산을 현금소득화할 경우 빈곤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는데,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보사연의 분석 보고서에는 우리나라 노인의 부동산 보유율이 다른 나라에 견줘 더 높다고 보기 어렵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보사연의 분석 결과에도 불구하고 올해 다시 연구용역을 보사연에 맡기면서, 복지부와 통계청, 국민연금연구원, 사회보장정보원, 보험연구원 등 관계자와 대학교수 등 10여명으로 전문가 회의체를 꾸려서 수시로 자문을 받도록 했다. 복지부 담당자는 “지난해 보사연이 했던 분석보다 좀더 심층적으로 검증을 해볼 필요가 있어서 전문가 자문을 바탕으로 한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라며 “새로운 지표가 개발되면, 오이시디 등 국제기구에도 관련 지표의 활용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다른 나라에 견줘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는 공적연금 제도가 취약한 탓이라고 지적한다. 노인가구의 소득항목별 비중을 보면, 한국은 공적연금 비중이 16.3%에 불과하지만 오이시디 회원국 평균은 58.6%에 이른다. 반면에 근로소득 비중은 한국이 63.0%, 오이시디 평균은 23.9%다. 노인이 된 이후에도 근로소득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다 보니, 빈곤의 위험에 빠지기 쉬운 것이다.
한 국책연구기관의 빈곤정책 연구자는 “빈곤의 개념은 현재 받는 근로소득이나 공적연금, 자본소득 등으로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느냐를 보는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재산이 얼마나 있느냐를 반영해 빈곤율 통계를 내지는 않는다. 공적연금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데 정부가 엉뚱한 데 힘을 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재훈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에서 집은 상속 개념이 커서 이를 전부 현금소득으로 취할 확률이 낮다. 각 노인가구의 상황 고려 없이 주택을 소득으로 환산해 빈곤율 수치만 낮출 경우, 빈곤이 과소 추계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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