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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7.15 21:26 수정 : 2015.07.16 15:05

계속되는 고통의 실체…‘인권 침몰’ 이었다

세월호 선체 인양과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농성을 벌인 지 1년이 된 14일 오후 유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이 천막 등을 손질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세월호 참사는 인권이 침몰한 사건이다.’

4·16인권실태조사단(인권조사단)이 지난 2월부터 다섯달간 세월호 참사 피해자 45명의 육성을 채록한 뒤 내린 결론이다. 인권활동가·사회복지사·의사·작가·변호사·학생 등 46명으로 꾸려진 인권조사단은 숨진 학생·교사의 부모, 생존 학생과 일반인, 실종자 가족은 물론 구조에 참여한 민간잠수사, 자원봉사자, 진도 어민까지 “눈에 띄지 않는 피해자들”도 두루 만났다.

인권조사단은 15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인권실태조사 보고서: 세월호 참사, 인권으로 기록하다’ 발표회에서 “치유하기 힘든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데도 진상 규명 움직임마저 감시와 사찰, 집회·시위 자유의 침해 등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조받을 권리 △안전하게 노동(구조)할 권리 △참사 정보와 처리 과정에 접근할 권리 △집회·시위의 자유 △재활·애도·기억의 권리를 두루 박탈당했다고 했다.

생존학생부터 유족·잠수사까지
5개월간 두루 만나…보고서 내

“치유 힘든 트라우마 안고 사는데
진상규명 움직임마저 감시·사찰”

구조받을 권리·안전하게 일할 권리
애도와 기억의 권리 등 박탈당해

220여쪽짜리 보고서는 피해자들이 겪는 정신적·육체적·사회적·경제적 고통이 ‘권리의 박탈’에서 자라나고 있음을 생생한 육성으로 전한다.

생존학생 부모는 자식의 고통을 이렇게 전했다. “물속에서 친구가 발목을 잡았는데 뿌리치고 나온 아이, 손을 잡고 있던 친구들이 싹 물에 떠내려간 아이들이거든요… (친구가 세월호) 화장실에 있는 걸 봤는데 나오라고 손 내밀어도 무섭다고 안 나오더래요… 화장실만 가면 그 아이 생각이 난다고….” 숨진 단원고 교사의 부모는 “주변에서 ‘(보상금이) 30억~40억원씩 나오느냐. 전에도 받았는데 얼마나 더 받으려고 그러냐’고 한다. 진짜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말들”이라고 했다.

사망·실종자 가족이 아니어도 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구조와 주검 수습에 참여한 민간잠수사는 “수십, 수백 구를 봤으니… 누구는 (학생들이 입었던) 아디다스 추리닝(트레이닝복)만 봐도 미쳐버리겠다고 얘기할 정도”라고 했다. 한 진도 어민은 “한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조명탄과 비행기 소리가 심해 잠을 잘 수 없었다”고 했고, 다른 어민도 “눈만 감으면 악몽을 꾼다”고 했다.

구조된 화물차 기사는 “생존자는 희생자보다 소수이고, 일반인 생존자는 학생보다 더 소수여서 ‘내가 애도하고 추모할 권리가 있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차에 치여 죽거나 다쳐서 병원에 누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고 했다. 다른 화물차 기사는 “정부에 학자금 지원을 문의했더니 공무원이 ‘당신은 살았잖아요’라고 대답해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보고서는 “참사 피해자들의 치유·회복에 대한 권리 보장 요구는 ‘돈을 바라는 피해자’라는 낙인으로 되돌아왔다. 애도와 기억할 권리는 ‘이제 잊을 때도 됐으니 그만하라’는 강요에 묻혔다”고 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박진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정부는 이 참사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음을 확인했다. 실태조사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받고자 하는 ‘4·16인권선언운동’의 근거로 사용될 것”이라고 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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