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유일한 공공 산후조리원인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 안의 신생아실 모습. 보건복지부와 성남시가 ‘무상 공공 산후조리원’을 두고 벌이는 대립전으로 공공 산후조리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박승화 <한겨레21>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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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트리
경기도 성남시와 보건복지부가 ‘무상 공공 산후조리원 설치’를 두고 날선 대립전을 펼치면서 최근 공공 산후조리원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많은 시민들은 물론이고 복지·보육·보건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공공 산후조리원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한겨레> 육아웹진 ‘베이비트리’는 성남시와 복지부의 대립 쟁점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사회적 의제로 떠오른 공공 산후조리원에 대한 좀더 폭넓은 논의를 위해 다양한 전문가 및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산모 2명 중 1명 이용 산후조리원2주에 약 200만원 가까운 고비용
저소득층 산모에겐 ‘그림의 떡’
집에서 하는 조리에 한계 지적
감염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도 ■ 성남시와 복지부의 쟁점은? 지난 3월 성남시 의회는 2018년까지 3개 구에 1곳씩 공공 산후조리원을 설치해 입소 산모에게 2주 동안 전국 최초로 무상 산후조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안을 담은 조례를 통과시켰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무상 공공 산후조리원을 이용하지 못하거나 민간 시설, 가정에서 산후조리를 하는 산모한테는 1인당 50만원의 산후조리비를 지원하고, 해마다 지원액을 늘려 2018년에는 100만~150만원 수준으로 현실화하겠다고 밝혔다. 성남시가 설치하고자 하는 공공 산후조리원이 국내에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미 서울 송파구, 충남 홍성, 제주 서귀포시에 공공 산후조리원이 있다. 다만 기존 공공 산후조리원은 2주 동안 154만~190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에서 성남시의 정책과 차이가 있다. 성남시의 야심찬 계획에 지난달 22일 복지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복지부는 국가가 시행중인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사업을 확대하고 출산장려금을 확대하면 충분하다며 성남시 안을 불수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복지부는 또 공공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는 산모와 이용하지 못하는 산모 간의 형평성 문제도 문제 삼았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복지부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예산 낭비 안 하고 탈루 세원을 없애 성남시 자체 예산으로 추가 복지정책을 펼치겠다는데, 복지부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며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성남시의 정책을 국무총리실 사회보장위원회에 상정한 상태다. ■ 저소득층에겐 절실한 공공 산후조리원 복지·보육정책 전문가, 사회정책 연구자,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은 공공 산후조리원의 필요성에 대체로 공감했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위원장은 “핵가족 사회가 되어 산후조리원 이용을 이제는 출산이라는 의료 과정의 연장선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자체가 임산부 의료지원 정책으로서 공공 산후조리원을 설치하겠다고 하면 적극 독려해야 할 일이지 정부가 제동을 걸 일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산후조리원 이용은 산모 2명 중 1명이 갈 정도로 보편화됐다. 그러나 산후조리원 비용은 너무 비싸 많은 산모들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사단법인 전국주부교실중앙회가 2014년 전국 산후조리원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기본 재원기간 2주를 기준으로 산후조리원의 일반실 평균 이용가격은 198만7952원이었다. 지역별 평균 이용가격은 서울(263만원), 울산(218만원), 전남(215만원) 순으로 집계됐다. 이렇게 고비용인 산후조리원은 저소득층의 산모들에겐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엄마의 탄생>의 저자인 여성학자 김향수씨는 “국가가 시행중인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사업의 경우, 저소득층 가정에서는 분명히 한계점이 있다”고 밝혔다. 주거 환경이 열악한 저소득층 산모들은 아무리 건강관리사가 집에서 제대로 관리를 해주려 해도 여러가지 사정으로 산후조리를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산모가 시부모로부터 가사 노동을 요구받기도 하고, 미혼모의 경우 부모 눈치를 보며 제대로 쉬지 못하는 등 각종 상황들이 벌어진다. 김씨는 저소득층 산모를 돌봐준 산후도우미들을 인터뷰해보면, 도우미들은 ‘산모들을 따로 분리해 돌봐야 한다’는 의견을 자주 내놨다고 전했다. 성남시에 사는 강순영(45)씨는 “민간 산후조리원을 이용할 수도 없고, 도우미를 부를 수도 없는 그런 산모들에게 이런 혜택이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방의학을 전공한 김명희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연구원은 면역력에 취약한 신생아들을 집단적으로 모이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현실을 고려한다면 공공 산후조리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 연구원은 “아이를 낳고 두 주만이라도 제대로 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절박한 산모들이 많다”며 “이미 민간 시장에서 서비스가 충분히 형성돼 있으므로 저소득층 산모들도 원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바우처 형태로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으니, 성남시 안처럼 직영 공공 산후조리원의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보육정책을 꾸준히 연구해온 백선희 서울신학대 교수(사회복지학) 역시 “저소득층 여성들에게 산후조리 서비스와 더불어 자녀를 제대로 키우기 위한 다양한 정보 제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공공 산후조리원이 단순히 산후조리 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임신과 출산, 출산 직후의 산모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점 센터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공공 산후조리원을 설치하는 것과 입소한 시민 모두에게 무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 산후조리원을 설치해도 그것을 보편적 서비스로 할지, 아니면 취약 계층에게만 무상으로 제공하고 나머지 시민들은 일정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것이 나은지(선별적 서비스) 등은 각 지자체 여건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 “고급화·상업화 민간 산후조리원 견제할 것” 공공 산후조리원이 필요하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또 갈수록 상업화·고급화되는 민간 산후조리원에 공공 산후조리원이 견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조사센터장은 “산후조리원이 고급화되면서 많게는 이용료가 10배 넘게 차이가 난다”며 “공공 산후조리원이 산후조리 서비스의 표준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향수 여성학자는 공공 산후조리원을 논할 때 정부와 지자체의 갈등에만 초점을 두지 말고 좀더 다양한 사회적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민간 산후조리원의 서비스 가격이 적정한지 평가해보고, 공공 서비스로 산후조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제공할지 등에 대해서도 공론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 산후조리원이 민간 산후조리원처럼 초보 산모들이 겪는 혼란을 이용해 육아 상품을 판매한다거나 지나치게 모유 수유만을 강조하면서 모성 이데올로기를 강화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 보건학자들·일부 시민들 반대 의견도 공공 산후조리원 설치에 반대하는 전문가 및 시민들도 있다. 보건학자들이나 재정학자들이 대표적이다.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들이 집단으로 모여 있으면 감염 등에 대한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보건학자들은 대체로 산후조리원 형태에 우호적이지 않다. 강영호 서울대 의료관리학 연구소장은 “산후조리원이 산모에게 도움이 된다는 학문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산후조리원에 다녀온 산모가 더 우울감을 느낀다는 보고도 있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산모·신생아 관리사에게 주는 돈이 적어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며 공공 산후조리원을 지을 돈으로 기존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재정학자들은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는 산모와 이용하지 못하는 산모 간의 형평성 문제, 다른 사회복지 서비스와 견줘 우선순위가 맞는지 등을 이유로 성남시의 정책에 부정적이다. 이외에도 일부 시민들은 국공립 어린이집 건설, 고운맘 카드와 같은 임신부 지원 확대 등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에서 각종 지원 정책만 늘리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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