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빈곤층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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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성과 불구 상당수 차상위계층 ‘빈손’ 지원받은 생계비 채권기관에 압류당하기도 부양의무자 범위 합리화등 개선 목소리 높아
부산시 연제구에 사는 김아무개(50)씨는 신용불량자다. 재산은 거의 없고, 빚을 2200만원 지고 있다. 다행히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가 돼 다달이 48만원의 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는 이를 만져 보지도 못한다. 채권기관에서 이마저 압류해가기 때문이다. 현행 기초생활보장법 35조에는 어떤 이유로도 생계비를 압류할 수 없다고 돼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채권기관은 생계비란 특정한 돈을 압류한 게 아니라 불특정예금인 통장 자체를 압류한 것이어서 법적인 하자가 없다며 대법원 판례까지 제시했다. 보건복지부는 30일 생계비 압류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수급자들의 문의 전화가 가끔 있다면서 이럴 땐 채권기관에 수급자임을 알리고 행정기관의 명의가 통장에 명시되로록 하는 등의 방안을 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사는 김아무개(83)씨는 지하 셋방에 외로이 산다. 복지관에서 주는 푼돈으로 목숨을 이어가는 할머니는 아예 수급자가 되지 못했다.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아들 즉 부양의무자가 소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며느리가 부양을 거부해 그는 어떤 지원도 아들 쪽에서 받는 게 없다. 아들의 월급을 압류하는 행정기관의 구상권 절차를 할머니가 동의하면 생계비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할머니는 비록 굶어 죽더라도 한번 실패했다 겨우 새 가정을 꾸린 아들의 입장때문에 구상권 행사에 동의할 수 없다. 대구시 북구에 사는 최아무개(50)씨는 임대주택에서 살고 있다. 일자리가 없다보니 수입도 없다. 그렇지만 애들은 셋이나 돼 5인 가족이다. 처음엔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했다가 나중에 20만원의 생계비를 다달이 받게 됐다. 하지만 부양의무자도 없고 소득도 없는 5인 가족에게 20만원이란 돈은 입에 풀칠하기도 모자란다. 확인 결과, 동사무소 담당자가 그를 근로능력자로 분류하면서 동시에 추정소득으로 50만원을 잡았기 때문이다. 1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된지 5돌을 맞는다. 이 제도는 우리 사회 빈곤층의 최후의 안전망이다. 하지만 위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제도와 운용 상의 문제로 인해 숱한 저소득 빈곤층이 이 제도 밖으로 밀려나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 5년을 맞아 그 의의와 성과와 문제점, 방향 등을 짚어본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의의는 법에 전 국민의 생존권 보장을 국가의 의무로 명시한 것이다. 따라서 이 제도는 기존의 65살 이상 노인, 아동 등 주로 근로무능력자만을 대상으로 생계비를 지급하던 생활보호법과 달리 전 국민을 위한 공공부조로 최저생활보장과 자활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실질적 개선도 이뤄져 이 제도 시행 이후 현금을 실제 지급받는 생계비 지급 대상자도 1995년(36만5110명)과 견주었을 때 현재는 거의 3.8배가 는 140만명 안팎에 이른다. 지급 기준을 최저생계비로 한 점도 좋았다. 이런 이념적 틀을 지닌 이 제도는 그러나 제도적 결함과 시행 상의 많은 문제점을 낳았다. 빈곤하지만 기초보장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이 약 4.8%로 추정된다. 비수급빈곤층과 잠재적 빈곤층을 더한 차상위계층의 상당수는 가난하면서도 기초보장의 사각지대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 원인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못한 부양의무자 기준, 현실적이지 못한 낮은 최저생계비 적용, 운용상의 미숙 등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비수급 빈곤층 49%가 부양의무자 기준때문에 기초보장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 제도의 또 하나의 주요한 축인 자활사업도 참여 대상 규모가 최고 3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나 실제 참여자는 3만5천명 안팎에 그치고 있다. 자활 사업 참여를 통해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벗어난 수급자들도 5천명을 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선 △수급기준인 최저생계비를 현실화하고 세분화 할 것 △부양의무자 범위 개선 및 합리적 설정△차상위계층에 대한 노인·장애인 등 인구학적 특성에 따른 수당제 도입 △기초생보제도에 대한 과부하 개선 등을 제시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오는 14일 기초법 5돌을 맞아 이 제도를 평가하는 심포지엄을 열 예정이다.
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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