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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기숙사에 정맥인식기, 학생들 “인권침해다” 진정서 |
서울대 기숙사에서 4년째 사는 류진영(23·국어교육 4)씨는 지난해 봄 기숙사 건물을 들어서다 깜짝 놀랐다. 출입문에 기존의 카드키 인식기 대신 정맥 인식기가 설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류씨는 “아무런 동의도 없이 내 생체정보를 학교가 수집해 관리하겠다는 것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종윤(22·시스템공학부 3)씨 등 서울대 기숙사생 3명은 기숙사가 설치한 정맥 인식기가 명백한 인권침해라며 9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이들은 진정서에서 “기존 카드키로도 기숙사생임을 확인하는 데 큰 문제가 없는데도 정맥 인식기를 도입해 생체정보 등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있다”며 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과도하게 수집된 개인의 생체정보가 다른 정보와 연동돼 유출될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개인의 고유한 생체정보 수집은 제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숙사 쪽이 생체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수집 목적에 대해 설명하지 않은 것은 물론, 학생들의 동의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대 기숙사 관계자는 “기존의 카드키는 학생들이 쉽게 잃어버리는 등 문제가 많아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정맥 인식기를 도입했다”며 “학생들이 생체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기존 카드키를 다시 지급해 출입하게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기숙사는 지난해 3월 기숙사 3개동에 정맥 인식기를 도입해 시범 운영을 거친 뒤 지난해 말까지 1개 동을 제외한 14개 동에 정맥 인식기를 전면 설치했다. 다산인권센터 집계를 보면, 정맥 인식기는 각 기업과 은행 등의 근태관리와 출입 통제용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2천여대가 설치돼 있다.
정맥 인식기는 사람마다 다른 정맥 모양을 특수카메라로 찍어 특정인을 식별하는 데 쓰이는데, 조직적인 생체정보 수집과 노동자 등에 대한 감시 강화를 가져온다는 이유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호을 기자, 조은정 인턴기자 he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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